KBS가 영화 ‘명량’이 자사 드라마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해당 제작사와 대표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1부(부장판사 권오석)는 KBS가 명량 제작사 ‘빅스톤픽쳐스’와 그 대표를 상대로 낸 저작권 침해 금지 등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6일 밝혔다.
KBS는 2014년 개봉한 영화 ‘명량’이 1999년 방영한 자사 다큐멘터리 ‘역사스페셜-거북선 머리는 들락거렸다’와 2004년부터 1년여간 방영한 ‘불멸의 이순신’의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2020년 영화 일부 장면의 폐기 및 10억원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KBS 측은 두 프로그램의 거북선 컴퓨터그래픽(CG)과 소품, 장면 등을 명량이 그대로 사용해 저작권을 침해했고,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역사스페셜’ 속 거북선 용머리가 선체 안팎을 드나드는 점이나 용 머리의 목 부분 생략된 점, ‘불멸의 이순신’ 속 왜군 장수의 초승달 장식 투구·포탄 비행 장면 연출 등이 자사의 창작적 표현 형식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제작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명량 제작사 측이 거북선 재현을 위해 사용한 그래픽을 두고 “아이디어에 불과하거나 그 아이디어를 표현하면서 필수불가결하거나 일반적 또는 전형적으로 사용하는 표현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KBS가 유사하다고 제기한 드라마 장면에 대해서도 “해전을 그려내는 작품에서 흔히 사용되는 영상 기법이고 아이디어에 해당해 일반적이고 전형적인 표현방식을 따른 것 자체에 창작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KBS 측의 부정경쟁행위 주장에 대해서도 “원고가 주장하는 장면들은 사료에 바탕을 둔 사실이거나 대부분 이미 기존의 다른 작품에서 사용한 일반적이고 전형적인 장면 또는 연출 기법에 따른 것”이라며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빅스톤픽쳐스 등의 CG·소품·장면은 KBS의 CG·소품·장면과 소재의 선택·구성·배열·색채·모양·비율·형태 등에서 확연히 구별돼 실질적으로 유사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은 2019년 3월 빅스톤픽쳐스 측이 KBS 드라마 ‘임진왜란1592’가 명량의 왜선 디자인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영상 일부를 삭제하라는 취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의 맞소송 격으로 진행됐다. 해당 소송에서 KBS가 빅스톤픽쳐스 측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 인정돼 지난 5월 1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이 나왔다. 이에 KBS가 항소한 상태다.
서민철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