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2.25%까지 올리며 금융기관들이 덩달아 수신상품 이자율을 올리고 있다. 특히 증권사 CMA(종합자산관리계좌)는 기준금리 인상분을 곧바로 반영해 연 이자율이 웬만한 파킹통장을 뛰어넘는 상황이다. 다만 예금자보호가 안 되는 상품이라는 점과 일부 제2금융권에서 금리를 더 공격적으로 올린 탓에 아직 빛을 보지는 못하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지난달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빅스텝(기준금리 0.5% 포인트 인상)’에 맞춰 일제히 CMA 금리를 인상했다. CMA는 증권사가 고객예탁금으로 어음·단기채권 등에 초단기투자하는 대신 일단위로 이자를 돌려주는 상품이다. 은행의 ‘파킹통장’과 유사하다.
현재 주요 증권사 CMA 이율을 보면 웬만한 제1금융권 파킹통장을 뛰어넘는다. 우리종합금융(2.30%) 미래에셋증권(2.30%) NH투자증권(2.30%) 한국투자증권(2.34%) SK증권(2.25%) 등은 대표적 파킹통장 판매은행 토스뱅크(2.0%) 이율을 넘었다. 최근 금리를 올린 KDB산업은행(2.25%)과 비교해도 금리가 낮지 않다.
하지만 높은 이율에 비해 아직 CMA에 돈이 몰리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 금융권 CMA 잔액은 지난 21일 기준 57조4300억원을 기록해 6월 말(57조6100억)보다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 CMA 금리가 상당한 수준까지 올랐음에도 시장 반응이 미지근한 이유는 CMA가 예금자보호 대상 상품이 아니라는 불안감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증권사가 도산하거나 유동성 위기에 빠질 경우 예치금을 돌려받을 수 없다는 우려다.
반면 은행 파킹통장은 원리금을 합쳐 5000만원까지 예금자보호법에 보호된다. 은행이 파산해도 예금보험공사가 한도 내 금액은 전부 돌려준다는 의미다. 이율이 0.1~0.2%포인트 수준으로 극히 미미하게 차이나는 상황에서 굳이 이 같은 리스크를 지려 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 같은 우려가 과도하다고 지적한다. 증권사 관계자는 “CMA는 단기현금자산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이론적으로 손실이 날 가능성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지만 확률은 사실상 제로”라고 설명했다. 또 “천재지변이 생겨 증권사가 부도가 나더라도 국내에서는 반드시 인수자가 나타난다”며 “CMA같은 안전상품은 인수회사가 승계할 수밖에 없어 결과적으로 예치금이 보장될 확률이 높다”이라고 말했다.
치솟는 인플레이션율을 잡기 위해 연속된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돼있는 만큼 CMA가 뒤늦게 빛을 발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통상 CMA는 기준금리 인상분을 즉각 반영하기 때문이다. 반면 주요 시중은행들은 아직도 입출금계좌에 대한 금리를 올리는 데 미적지근한 모습이다. 토스뱅크(2.0%) KDB산업은행(2.25%) 정도만이 기준금리 인상국면에 대응하고 있다. 향후 기준금리가 계속 올라 CMA 금리와 은행권 금리 격차가 벌어지면 단기대기성자금이 대거 몰려들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