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면예배 금지 취소하라”…법원, 교회에 또 손들어줘

입력 2022-07-25 16:20 수정 2022-07-26 17:46
교계 단체 회원들이 2020년 8월 교회에 대한 정부의 비대면예배 조치에 반대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YTN 캡처

법원이 코로나19 방역 대책의 일환으로 지방자치단체가 처분한 교회의 대면예배 금지 조치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지난달 서울지역 소속 교회들이 서울시를 상대로 낸 ‘대면예배 금지 취소’ 소송에 이어 교회 손을 들어준 두 번째 사례다. 이같은 결과는 전국적으로 50건 넘게 진행 중인 관련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5일 서울행정법원 행정 11부(부장판사 강우찬)에 따르면 서울 염광교회(전두호 목사) 등 ‘예배 회복을 위한 자유시민연대(예자연)’ 소속 교회와 목회자들이 서울시장을 상대로 낸 대면예배 금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지난 22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처분은 종교의 자유에 대한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비례·평등 원칙에도 반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7월 12일부터 2주간에 걸쳐 코로나 확산에 따른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를 시행하면서 교회 등 종교시설에 대해 비대면 예배만 허용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사람들이 밀집하는 시설인 교회에 집합을 제한함으로써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적용됐던 지난해 7월 1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비대면으로 주일 예배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재판부는 그러면서도 “종교 단체로 하여금 비대면 예배만을 허용하고 있는데, 인터넷이나 TV방송 등 물적 여건을 갖추지 못한 교회는 비대면 예배를 진행할 수 없어 실질적으로 아무런 예배 활동도 할 수 없게 된다”면서 “이는 종교 행사의 전면적 금지를 명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낳게 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종교 시설의 경우에도 결혼·장례식 등과 같이 참석 인원을 제한함으로써 밀집도를 완화하는 방법이 충분히 가능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앞서 법원은 2020년 12월 서울시의 대면예배 금지 처분에 대해서도 “정신 건강을 지원하는 교회가 생산 필수 시설에 비해 중요도가 덜하다고 볼 수 없다”며 교회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교회측 소송을 담당한 법무법인 추양가을햇살 박성제 변호사는 “비대면 예배는 사실상 교회를 폐쇄한 것이고, 이는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라며 “현재 여러 지역에서 진행 중인 관련 소송에서도 이번 판결 결과를 따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교계 등에 따르면 현재 ‘대면예배금지 취소’나 ‘교회폐쇄 취소’ 등과 관련된 본안 소송 건수는 50여건에 이른다.

서울시는 잇따른 패소에도 불구하고 항소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지난달 패소한 소송에서도 항소한 상태다. 교계의 관련 소송을 지원하는 법무법인 로고스 심동섭 변호사는 “서울시가 여기서 소송을 끝내게 되면 내부적으로 책임 소재도 가려야 하고, 한국 교회에 사과도 해야 할 것”이라며 “시간을 끌면서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예배회복을 위한 자유시민연대 관계자가 지난해 7월 말 대면예배를 금지한 방역 당국의 조치를 중단해 달라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 서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8일 본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대면예배 금지 취소 소송에 대한 항소 배경과 관련, “서울시가 자체 결정하는 게 아니다. 전국적으로 통일된 기준을 형성해야 되는 사안의 경우에는 법무부에서 소송 지침을 받아 결정을 한다”면서 “이런 소송이 여러 군데에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항소를 안 하게 되면 뒤에 있는 소송들이 다 영향을 받는다. 아마 그런 관점에서 법무부로부터 ‘이 사안은 항소를 하는 게 맞다’는 지휘가 내려온 모양”이라고 설명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