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에 반대해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했다가 대기발령 조치된 류삼영 총경은 24일 “칼만 휘두르면 머리를 숙일 줄 아는 모양인데, 우리는 목을 내놓고 하고 있다”고 밝혔다.
류 총경은 이날 경찰청 수뇌부가 회의 참석자들을 엄정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세운 것에 대해 “우리를 무시하는 처사다. 더 큰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연합뉴스에 전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경찰 내부망에 대기발령 사태와 관련해 비판 글이 연이어 올라오는 상황에 대해선 “경찰은 (위에서) 윽박지르면 별다른 소리 못하고 주눅 드는 사람들이었다”면서도 “제가 일을 키우다가 대기발령 되는 것을 보고 억눌렸던 것이 표출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경찰국 신설 반대에 주도적으로 나선 이유에 대해선 “국가와 국민, 경찰에 중대하게 영향을 미치는 사안을 30년 만에 바꾸는데, 아무런 논의도 없이 얼렁뚱땅하는 것을 도저히 참을 수 없다”며 “경찰력을 장악하려는 시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류 총경은 또 “당초 내일(25일) 경찰청장 후보자와 만나 총경들 의견서를 전달하려고 했으나, 만남이 ‘부적절하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다른 총경들과 향후 방안을 논의 중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회의 전날(22일)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 측에서 회의를 마치면 다음주 월요일(25일)에 오찬하면서 회의 결과를 들려달라고 했었다”며 “갑자기 회의 진행 중이던 오후 4시쯤 해산하라고 직무명령이 내려왔다. 갑자기 기류가 바뀐 것”이라고 경향신문을 통해 설명하기도 했다.
류 총경은 이달 초 사표가 수리된 김창룡 전 경찰청장과 경찰대 4기 동기이기도 하다. 부산지방경찰청 수사2과장, 부산 연제경찰서장, 부산 영도경찰서장, 부산지방경찰청 청문감사담당관과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장 등 주로 부산에서 근무하다 올해 울산 중부경찰서장으로 발령 났다.
앞서 총경 190여명은 지난 23일 충남 아산시 경찰인재개발원 최규식홀에서 사상 첫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열고 행안부 내 경찰국 설치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후 경찰청은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한 류 총경(전 울산 중부경찰서장)에 대해 대기발령 조치를 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