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경찰서장이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에 대한 내부 반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23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 모였다. 사상 초유의 총경급 결집에 경찰청은 복무규정 위반 등으로 엄정하게 조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경찰서장 50여명은 회의장에 직접 참석했고, 온라인 참가자는 140여명으로 알려졌다. 온·오프라인 참가자 합계는 전국 총경급 서장 600여명에서 30%에 해당하는 규모다. 회의장인 최규식홀 앞에는 총경급 이상 경찰관 350명이 보낸 무궁화 화분이 놓였다.
윤희근 경찰청장 직무대행(후보자)을 포함한 경찰 수뇌부는 전국 총경급 이상 간부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만류했지만, 회의는 예정대로 진행됐다.
경찰서장들은 회의를 마친 뒤 입장문을 내고 “많은 총경이 행안부 장관의 경찰청장에 대한 지휘 규칙이 법치주의를 훼손한다는 점에 공감하고 우려를 표했다”며 “참석자들은 기본적으로 민주주의 근간인 견제와 균형에 입각한 민주적 통제에 동의하지만, 경찰국 설치와 지휘규칙 제정 방식의 행정 통제는 역사적 퇴행으로 부적절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경찰서장들은 이날 논의된 내용을 윤 직무대행이나 이상민 행안부 장관에게 절차를 밟아 전달할 계획이다. 회의를 제안한 류삼영 울산 중부경찰서장은 회의를 마친 뒤 “열띤 토론이 진행됐다. 경찰국 신설에 찬성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청 지휘부는 “국민적 우려를 고려해 모임 자제를 촉구하고 해산을 지시했지만 강행한 점을 엄중한 상황으로 인식한다”며 “복무 규정 위반 여부 등을 검토한 뒤 참석자에 대해 엄정하게 조치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유사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복무규율 준수사항을 구체화하고 향후 위반행위 등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이른 시일 안에 총경급 이상이 참석하는 지휘부 워크숍 및 현장 방문 등을 통해 제도개선에 대한 공감대를 확보하고 엄정한 공직기강을 확립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