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이 한국 진보 정치의 상징이었던 고(故) 노회찬 전 대표의 4주기 추모제에서 ‘노회찬 정신’을 강조했다. 이은주 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노 대표의 빈 자리가 크다고 말하기도 면목이 없다”며 무거운 마음을 드러냈다.
이 위원장은 23일 경기도 남양주 마석 모란공원에서 열린 노 전 대표 서거 4주기 추모제에서 추모사를 통해 “‘당당히 앞으로 나아가라’는 노 대표님의 말씀을 떠올린다. 지난 4년간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당은 또다시 비상상황에 처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헛된 바람인 줄 알면서 ‘노 대표님이 계셨다면’이라고 무시로 떠올린다. 당원들을 비롯해 많은 시민들이 노 대표님을 사무치게 그리워한다”며 “노회찬과 함께 꾸었던, ‘불평등을 평등으로, 불공정을 공정으로, 전쟁의 위협으로부터 평화의 정착으로’ 나아가고자 했던 우리의 꿈에 대한 그리움이기도 하다”고 했다.
정의당은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에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해 당선된 윤석열 대통령과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였던 이재명 의원이 48% 안팎의 박빙 승부를 펼친 대선에서 정의당 후보였던 심상정 전 대표는 2.37%의 저조한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 위원장은 “정의당이 어렵다. 하지만 지금의 좌절은 진보정치의 종착점이 아니다”라며 “왼쪽으로 갈 것인가, 오른쪽으로 갈 것인가를 논쟁할 때 아래쪽으로 가라고 하신 말씀을 기억한다. 노동하는 시민의 삶에 더 가까이 다가가겠다. 시민 속에서 진보정치의 길을 다시 개척하겠다”고 다짐했다.
추모제에 참석한 심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이름 없는 사람을 주인으로 모시는 정치, 당신이 주고 가신 말씀을 다시 생각한다. 오늘 유난히 무거운 ‘노회찬의 시선’ 앞에 고개를 떨군다”고 적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