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과 ‘파이싸움’ 우려에 제도권 들어가려는 코인거래소 [포켓머니]

입력 2022-07-23 06:00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업비트에서 열린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를 위한 현장 간담회에서 이재원 빗썸 대표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에게 5대 거래소 정책건의서를 전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삼성증권과 업비트가 모두 코인 서비스를 제공하면 법인이 과연 업비트를 쓸까요?”

최근 암호화폐(가상화폐) 거래소 관계자들 사이엔 전통 금융권이 암호화폐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은행권과 금융투자업계가 협회를 내세워 당국과 국회에 암호화폐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탓이다. 이에 지난달 출범한 ‘디지털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를 업권을 대표하는 협회로 키워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시각이 힘을 받고 있다.

지난 19일 금융위원회는 은행연합회, 금융투자협회 등 8개 금융업권에서 234개 건의사항을 접수해 이를 4대 분야, 9개 주요과제, 36개 세부과제로 나눠 금융규제혁신회의에 보고했다. 여기엔 은행권의 암호화폐 시장 진출 논의도 포함됐다. 지난 12일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가상자산·대체불가토큰(NFT)·증권형 토큰(STO) 등 금투업계의 신사업인 디지털자산 비즈니스에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이 특히 시장 진출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권별 협회 중심으로 은행과 증권사의 시장 진출 요구가 본격화하자 최근 거래소 관계자들 사이에선 ‘우리끼리 싸우다가 다 죽는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금융사들은 수십년간 쌓아 온 풍부한 대관 경험이 있고 인력 및 인프라 규모가 거래소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크다. 더구나 이들은 금융위의 정식 인가를 받은 협회를 내세워 공식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반면 최근까지도 한국블록체인협회와 갈등을 벌이다 탈퇴하는 등 뚜렷한 구심점이 없는 거래소들은 운신의 폭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그나마 DAXA가 출범하면서 공동 대응의 기틀은 닦았다. DAXA는 ‘루나·테라 사태’를 기점으로 국내 거래소 간 공동 대응의 필요성이 제기되자 5대 거래소(두나무·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가 조직한 협의체다.

하지만 핵심은 당국의 협회 인가이다. 금투협 등 협회처럼 정식 인가기관이 돼야 제대로 된 업계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5대 거래소 내부에선 DAXA를 협회 형식으로 키워 향후 업권법이 제정되면 금융위의 인가를 받겠다는 구상이 나온다. 앞서 거래소들이 탈퇴했던 한국블록체인협회는 거래소뿐 아니라 다양한 사업자가 회원사로 있었고, 당국의 인가도 받지 못하면서 통합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일었다.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 A씨는 “금융위 인가를 받아야 당국과 얘기가 가능하다”며 “장기적으로 거래소들만의 협회를 만드는 식으로 갈 거 같다”고 말했다. 거래소 관계자 B씨는 “아직 결정된 건 없지만 금융위와 인가 관련 논의가 오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