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도사의 자가진단 “DRX, 욕심이 너무 많아”

입력 2022-07-23 00:38 수정 2022-07-23 00:52
LCK 제공

DRX ‘베릴’ 조건희가 담원 기아와의 ‘리턴 매치’에서 재차 승리한 소감을 밝혔다.

DRX는 22일 서울 종로구 LCK 아레나에서 열린 ‘2022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서머 시즌 정규 리그 2라운드 경기에서 담원 기아를 2대 1로 꺾었다. 7승5패(+2)를 기록한 이들은 한 경기 덜 치른 KT 롤스터(6승5패 +2)를 제치고 5위가 됐다.

담원 기아가 순위표에서는 더 높은 곳에 머무르고 있지만, 두 팀이 맞붙기만 하면 DRX는 거대해지고 담원 기아는 작아진다. 지난 1라운드 맞대결에 이어 2라운드 대결에서도 DRX가 웃었다. 담원 기아는 8승4패(+11)를 누적했고, 순위는 변동 없이 3위를 기록했다.

경기 후 국민일보와 만난 조건희는 “7월 일정을 ‘지옥문’이라고 표현했을 만큼 한 달 동안 빡빡한 경기들을 치렀다”면서 안도의 한숨부터 내쉬었다. DRX는 7월 한 달 동안 T1, 담원 기아, 젠지, KT 롤스터, 프레딧 브리온과 대결했고 이중 T1, 담원 기아와는 두 번씩 맞붙었다. 팀은 3승4패를 거뒀다.

조건희는 이날 세나, 라칸, 레오나로 팀의 일곱 번째 지옥문 통과에 일조했다. 그는 “이제 지옥문은 막바지 두 경기만 남은 만큼 더 열심히 준비해 팬들께 좋은 경기력을 보여드리겠다”고 전했다. DRX는 오는 28일 젠지, 30일 리브 샌드박스전을 앞뒀다. 다음은 조건희와의 일문일답.

-담원 기아와의 리턴 매치에서 또 웃었다.
“1세트를 마쳤을 땐 2대 0으로도 이길 만하단 생각이 들었다. 2세트를 내줘 아쉬웠지만, 그래도 승리를 챙겨 기쁜 마음이 앞선다. 상체는 양 팀 선수들 모두 해야 할 일들을 해냈으므로 바텀 싸움에서 승패가 갈렸다고 생각한다. 우리 듀오가 맡은 역할을 더 잘 수행했다. 밴픽도 패배했던 2세트를 빼면 DRX가 더 괜찮게 뽑았다.”

-1세트 밴픽이 재밌었다. 유미가 나왔고, 야스오·세나로 대처했다.
“유미에 어울리는 짝꿍으로는 이즈리얼과 트위치 정도가 있다. 이즈리얼이 밴된 상태에서 상대가 유미를 뽑아 의아했다. 어떤 챔피언을 할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마침 챔피언 선택 창에 세나가 보였다. ‘데프트’ (김)혁규 형한테 ‘세나 살았는데요?’하니 혁규 형이 ‘야스오·세나를 하자’고 제안하더라. 즉흥적으로 뽑았다.”

-흔히 보기 어려운 구도인데, 초반 딜 교환에서 우위를 점했다.
“혁규 형은 구도가 우리에게 유리하므로 라인 컨트롤을 쉽게 할 수 있을 거라고 하더라. 경기 직후 피드백 시간에도 ‘트위치가 야스오의 기본 공격 사거리 안에서 은신을 해제해서 초반 딜 교환에서 이득을 봤다’는 얘기가 나왔다. 트위치·유미 대 야스오·세나가 익숙하지 않은 구도다 보니 상대가 실수했던 것 같다.”

-1세트를 잘 이겨놓고도 2세트 때 완패를 당했다.
“자세히 얘기할 순 없었지만 밴픽적으로 아쉬웠던 부분이 두 개 있었다. 허무한 패배로 이어졌다.”

-DRX가 담원 기아만 만나면 강해진다. 팀 간 상성이 존재한다고 보나.
“팀 간 상성이라기보다는 선수단의 컨디션에 따라 경기력이 오락가락하는 것 같다. 당장 지난 프레딧전을 앞두고 선수들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감독님께서도 불안해하셨다. 오늘은 선수들의 컨디션이 전반적으로 좋은 편이었다. 감독님께서도 ‘오늘은 편안할 것 같다’고 말씀하시더라.”

-지난 프레딧전은 이겼음에도 피드백할 부분이 있었을 듯하다.
“유리할 때 상대에게 너무 많은 기회를 허용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바론 인플레이션도 생각보다 많이 나왔다. 우리는 유리할 때 게임을 끝내는 데 오래 걸린다. 성장 욕심이 너무 많은 게 원인이다. 유리할 때 한 웨이브, 두 웨이브, 세 웨이브씩 먹으면서 성장할 게 아니다. 상대가 성장하지 못하게끔 압박을 해야 한다. 그동안 그런 플레이가 많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기자는 게임을 잘 모르지만, DRX는 유독 1-3-1 스플릿을 선호하는 것처럼 보인다.
“나도 그렇게 느꼈다. 스프링 시즌 동안 어느 정도 보완이 됐던 것 같은데, 서머 시즌에 몇 경기 치르다 보니 다시 그런 움직임이 느껴지더라. 성장 기대치가 높은 챔피언을 ‘제카’ 김건우가 자주 하다 보니 그런 양상이 많이 나온다. 그러면 반대쪽 날개를 접어주고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된다.
이런 플레이를 가장 잘하는 팀이 젠지라고 생각한다. 젠지 경기를 보면 ‘째는’ 플레이를 자주 한다. 원래는 하면 안 되는 플레이인데, 자신들의 체급과 교전에서 디테일을 발휘할 수 있는 개인 기량을 믿고 밀어붙이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오늘 리브 샌박전에서도 미드 1·2차 포탑이 날아가는 타이밍에 날개를 폈다가 포탑 2개를 내줬다. 그게 올바른 방향인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우승하는 팀의 전략이 정답 아니겠나. 더 지켜봐야 하지 않나 싶다.”

-1-3-1 스플릿이 나쁜 전략은 아니지만, DRX나 젠지가 너무 과도하게 활용하고 있다는 건가.
“아니다. 나는 개인적으로 1-3-1 스플릿이 안 좋은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방금 얘기했듯 만약 젠지가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에서 우승한다면 그들이 바라본 방향이 옳은 게 되는 것이다. 팀마다 플레이 스타일이 다르다. 아직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침 다음 상대가 젠지다. 지난 1라운드 경기의 패인을 분석해봤나.
“1세트 때 유리한 고지를 점했는데 역전당해 아쉬웠다. 루시안·나미는 후반 성장 기대치가 높은 만큼 성장을 복구할 기회를 줘선 안 됐다. 강팀 상대로 이득을 보다 보니 알게 모르게 긴장이 풀리고, 신을 낸 장면이 자주 나와 역전패를 당했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다시 유리한 게임을 펼치게 된다면 절대 역전의 발판을 내주지 않겠다.”

-게임을 잘 아는 ‘롤도사’로 꼽힌다. 그간 봐온 선수 중 비슷한 수준의 통찰력을 가진 선수가 있었나.
“잘 모르겠다. 나는 여러 선수와 함께 생활해본 경험이 없다. 게임을 잘 알 것 같은 선수들과 대화를 해본 적도 없으니 그들이 현재 메타에 대해 어떻게 진단하고, 챔피언의 성능을 평가하는지 알 겨를이 없다. 다만 내가 지금까지 함께 생활해본 선수·코치 중에는 양대인 감독님이 가장 게임을 잘 보셨다. 2020년에 상체 구성원들한테 게임 지식을 많이 가르쳐주셨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