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지 ‘피넛’ 한왕호는 올 서머 시즌 리그에서 가장 돋보이는 정글러다. 생각의 틀을 깨는 초반 동선, 상대방의 허를 찌르는 갱킹으로 젠지의 선두 질주를 돕고 있다. 이는 자나 깨나 ‘리그 오브 레전드(LoL)’ 생각만 하면서 하루를 보내 얻어낸 산물이다.
“자기 전 눈을 감을 때, 샤워할 때, 남는 자투리 시간에도 늘 게임 생각을 한다. 남들과 다르게 플레이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가상의 밴픽을 짜고, 이미지메이킹을 해본다. ‘이렇게 플레이하면 상대가 대처를 못 할 거 같은데….’ ‘이 경우엔 어디로 영향을 끼쳐야 하지?’같은 것들을 계속해서 생각해본다.”
22일 리브 샌드박스전을 마친 뒤 국민일보와 만난 한왕호는 팀 경기력 향상의 비결로 “특이한 플레이의 빈도 증가”를 꼽으면서 이처럼 말했다. 그는 “새로운 시도들이 스크림 뿐 아니라 실전에서도 먹히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라면서 “상대 팀으로서도 분명 압박감을 느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여름 ‘넛신’ 한왕호의 동선은 그 어느 때보다 자유분방하다. 과감하게 ‘점멸’을 써 벽을 넘어가는 플레이가 대표적이다. 그는 2020년 중국 ‘LoL 프로 리그(LPL)’에서 1년간 활동하면서 ‘실패의 리스크’를 덜 걱정해도 된다는 걸 깨달았다. 최근에는 하루 온종일 선입견을 깨는 플레이를 연구하고 있다.
오픈 마인드로 무장한 코치진도 한왕호의 날개다. 한왕호는 이날 뽀삐를 상대하는 픽으로 모르가나를 뽑았다. 그는 “지난해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 기간에 스크림에서 모르가나와 럼블의 승률이 좋은 편이었다”며 “코치진에게 ‘스크림에서 뽀삐를 내주고 모르가나로 대처해보겠다’고 자신 있게 건의했다. 오늘 비로소 상황이 갖춰져 꺼낼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동기 부여 측면에서도 코치진에게 도움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한왕호는 “시즌은 길고 막연하다. 항상 각오와 마음가짐을 최고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는 건 아니”라며 “젠지는 코칭스태프들이 라커룸 분위기를 잘 잡아주고 있어 동기 부여 측면에서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