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가 약자라는 거 그거 다 착각이에요”[똑똑]

입력 2022-07-23 00:01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스틸사진. 에이스토리, KT스튜디오지니, 낭만크루 제공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법무법인 한바다의 신입 변호사입니다. 영우는 ‘똑똑 똑’ 노크하고 손가락으로 숫자를 센 뒤 다른 사람의 방으로 들어갑니다. 다소 엉뚱할 수 있지만, 자폐가 있는 영우만의 루틴이자 사회와의 소통 방식입니다.

누구 하나 먼저 장애인에게 다가가려 하지 않는 한국 사회에서 영우는 우리에게 먼저 다가왔습니다. 이제 우리가 영우 같은 장애인들에게 먼저 다가가 보려고 합니다. 그전에 우리 한 번 다 같이 생각해보고 ‘똑똑’ 노크한 뒤 다가가는 건 어떨까요? 이번 주 ‘똑똑’(똑바로 거꾸로 봐도 똑같은 사람입니다)의 키워드는 ‘공정’입니다.

[이 기사는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으며, 법정 형식으로 각색됐음을 알려드립니다]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ENA 캡처

“우영우가 약자라는 거 그거 다 착각이에요.”

지금부터 위 발언을 한 권민우 변호사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을 시작하겠습니다. 원고 측의 최종 변론 듣겠습니다.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7화에서 권민우 변호사는 최수연 변호사에게 역정을 냈습니다. 우영우 변호사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배려를 받아 제대로 된 경쟁을 할 수 없어 ‘공정하지 않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시청자들은 권민우 변호사의 태도에 실망감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그의 별명 ‘권모술수’에 이어 새로운 별칭 ‘권고사직’을 지어주며 그의 태도를 비판했습니다.

권민우 변호사는 ‘한때’ 편견 없는 변호사라고 평가받았습니다. 우영우 변호사를 장애인이란 이유로 대놓고 차별하거나 멸시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권민우 변호사는 우영우 변호사가 재판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인정받자 자기 자리를 위협한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점차 속내를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권민우 변호사는 우영우 변호사에게 재판 자료를 공유하지 않는 얍삽한 행동, 즉 반칙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또 우영우 변호사에게 ‘핸디캡’ 발언을 하며 스스로 장애인을 차별하고 있음을 드러냈습니다. 급기야 ‘공정’을 내세우면서 우영우 변호사의 존재 자체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ENA 캡처

“네 성적으로 아무 데도 못 가는 게 차별이고 부정이고 비리야!”

하지만 이 같은 최수연 변호사의 말처럼 권민우 변호사가 놓친 부분이 너무 많습니다.

우선 권민우 변호사는 우영우 변호사를 향한 사회적 차별을 간과했습니다. 우영우 변호사는 학창시절에는 ‘아 미안’ 놀이로 괴롭힘의 대상이었고, 사회에 나와서는 좋은 스펙에도 입사 면접을 볼 수 없었습니다. 이 모든 게 단지 ‘자폐인’이란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스틸사진. 에이스토리, KT스튜디오지니, 낭만크루 제공

권민우 변호사에게 묻겠습니다. “이 게임은 공정하지 않아요”에서 공정은 대체 어떤 의미입니까?

권민우 변호사는 과거 송무팀 이준호씨와의 1대1 농구 경기에서 처참히 진 적이 있습니다. 당시 이준호씨의 반칙으로 졌다고 항변하며 “아니 자기(이준호)가 이기고 있으면서 왜 성질인 거야”라고 반문했죠.

자, 이제 ATM 사건을 살펴봅시다. 권민우 변호사는 미리 숙지할 필요가 있는 재판 자료를 우영우 변호사에게 공유하지 않는 등 반칙을 썼음에도 오히려 게임이 공정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또 사건 의뢰인과 같은 군부대 출신임을 앞세워 인맥과 연줄을 통한 성과를 자신의 능력이라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자폐인이라 사회성이 부족한 우영우 변호사가 자신처럼 하지 못하는 걸 못마땅하게 여기기도 했습니다. 과연 이 게임은, 누구에게 공정하지 않은 것입니까?

앞서 증거로 제출한 김지혜 강릉원주대 다문화학과 교수가 쓴 ‘선량한 차별주의자’를 다시 한번 소개하고자 합니다. 김 교수는 차별과 혐오 문제를 연구해 온 학자입니다.

김 교수는 책에서 “어떤 차별은 보이지 않고 심지어는 ‘공정함’으로 포장된다”고 지적합니다. 차별이 공정하다고 생각하게끔 만드는 이유로 능력주의를 들고 있습니다. 누구든지 노력과 능력으로 높은 지위에 올라설 수 있다고 믿기에, 능력주의는 승자독식과 사회적 불평등을 합리화합니다.

하지만 능력주의는 편향적입니다. 사람들은 다양한 조건 속에서 살고 있지만, 결과만 놓고 일률적으로 판단합니다. 그래서 능력주의는 누구에게는 유리하게, 다른 누군가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예컨대 영우는 차별이 만연한 사회 속에서 아등바등 살아왔지만, 사회는 이를 고려하지 않았고 먼저 손을 내밀어 주지도 않았습니다.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스틸사진. 에이스토리, KT스튜디오지니, 낭만크루 제공

권민우 변호사도 마찬가지입니다. 권민우 변호사는 남들이 선망하는 로스쿨 졸업에, 업계 최고를 다투는 법무법인 한바다에 입사했습니다. 그의 성공은 오롯이 자기 능력의 산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자신에게 유리한 기준으로 우영우 변호사를 판단하고, 상대방을 배제하려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영우가 약자라는 거 그거 다 착각이에요”라는 말은 우리 사회에 엄연히 존재하는 차별을 교묘히 감추는 발언입니다. 저마다 다른 상황과 조건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고 배려하지 않는 행위입니다. 그가 우영우 변호사의 살아온 과정을 조금이라도 헤아려봤다면 그런 말은 하지 못했을 겁니다.

판결을 내리시기 전에 증거로 제출했던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과 오찬호 연구원의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도 참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배심원 여러분, 사실 권민우 변호사를 비난할 자격이 있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자기만의 공정의 잣대로 소수자를, 장애인을 차별하고 혐오합니다. 배심원 자리에 있는 우리 또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권민우 변호사의 잘못을 엄중히 물어 서로의 차이와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사회로 만들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이상으로 변론을 마칩니다.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스틸사진. 에이스토리, KT스튜디오지니, 낭만크루 제공

여러분은 어떻게 보셨나요? 동의하는 댓글도 반론도 좋습니다. 서로의 생각을 나눔으로써 장애인 차별 문제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지고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파키케투스부터 남방큰돌고래까지, 고래 이야기는 해도 됩니다. 하지만 특정 대상을 향한 비하와 혐오 표현은 절대 금지입니다. 정상인, 비정상인, 일반인 같은 표현도요. 만약 적발 시, 법무법인 한바다의 우영우 변호사 선임할 예정입니다. 여러분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려주세요.

이찬규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