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13%를 돌파하며 연일 화제인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자문을 맡은 김병건 나사렛대학교 유아특수교육과 교수가 22일 자문에 합류한 배경과 막판까지 고민한 이유 등을 털어놓았다.
김 교수는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가장 고민됐던 부분은 ‘우영우’라는 캐릭터의 디자인이었다”며 “사실 대본을 보기 전에는 자문을 맡기 굉장히 꺼렸다. 자폐를 잘못 묘사하면 사회적 반향이 크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런데 대본을 보면서 이 작품은 사회적으로 자폐에 대한 인식을 상향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며 “기존의 자폐를 표현했던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자폐를 정형화시키지 않았나 싶다. 예를 들면, (자폐인이) 꼭 도움만 받아야 하고, 불편한 것만 있다는 점이 부각됐던 것 같다”고 짚었다.
김 교수는 “그러나 자폐 스펙트럼이라는 진단명에서 알 수 있다시피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라며 “캐릭터를 디자인 함에 있어 자폐의 다른 측면을 보여줄 수 있는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의미에 대해 “각각 문제행동이 광범위한 수준에 걸쳐있고, 복잡한 스펙트럼을 갖고 있다는 뜻”이라며 “사회적 상호작용 장애라든지, 언어·비언어적 의사소통 장애, 제한적 관심을 특징으로 하는 장애”라고 했다.
진행자가 우영우 변호사가 갖고 있는 자폐의 종류를 묻자 김 교수는 “우영우가 ‘이러한 측면이 있다’라는 것을 정형적으로 묘사하기는 힘들다”며 “예전에는 자폐에 대해 범주적인 접근을 했으나 한계점이 있어 스펙트럼 차원으로 옮겨놨다. 그래서 자폐라고 하더라도 굉장히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작중 묘사되는 우영우의 천재성에 대해 “자폐의 약 10%가 서번트 증후군에 해당한다는 통계자료를 본 적 있다”며 “서번트는 자폐나 지적장애 등 사회성이 결여된 사람 중 의사소통에 지장이 없는 일부에서 드물게 나타나는 천재성이지만, 우리 사회에서 흔히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장애에 대한 사회적 시선의 변화가 가장 중요하다”며 “궁극적으로는 자폐인들의 사회적 통합을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극 초반 우영우는 서울대 로스쿨을 수석졸업을 했음에도 불구하도 아무런 로펌에도 취업되지 못했다”며 “장애에 대한 지원으로 장애인들이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간다고 해도 비장애인들이 한걸음 뒤로 물러서면 장애인들에게는 심리적 거리가 그대로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상처로 돌아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방향은 서로가 상대방을 보며 한 발자국씩 다가가는 것”이라며 “5%의 장애인들이 피나는 노력을 해서 사회에 통합되는 것이 효과적일까, 아니면 95%의 비장애인들이 이들을 받아들이는 게 효과적일까”라고 반문했다.
황서량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