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동조합 파업이 22일로 51일째를 맞이했다. 당초 파업의 주요 배경인 임금 문제와 관련해서는 전날 마라톤협상 끝에 사측이 제시한 ‘4.5% 인상안’을 하청노조가 받아들이기로 하면서 타협점을 찾았지만, 손해배상 청구 이슈가 발목을 잡았다.
22일 노동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사는 경남 거제 대우조선 금융동 6층에서 계속해서 교섭 중이다. 이날 교섭의 핵심 안건은 사측의 손해배상 청구, 폐업한 하청업체에서 근무한 조합원의 고용 승계 등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측은 불법 파업으로 인해 수천억원에 달하는 피해가 발생했다며 손해배상 청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불법 파업에 따른 책임을 묻지 않으면 나쁜 선례로 남을 수 있고, 사측이 업무상 배임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대우조선은 파업에 따른 손실액이 7000억원에 육박한다고 추산한다. 제1도크 점거로 선박 진수가 지연되는 바람에 하루 259억원씩 매출 손실이 발생하고, 고정비 57억원은 그대로 나가고 있어서다. 대우조선에서 납기를 맞추지 못하면 매월 130억원의 지체배상금도 추가로 발생한다.
노동계는 실제로 배상할 능력이 없는 노동자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억압하기 위한 악질적인 수단이자 보복이라고 맞선다. 노동계는 파업이 합법적인 쟁의행위인 만큼 손해배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해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규정한 헌법 제33조와 ‘사용자는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해 손해를 입은 경우에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해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한 노동조합·노동관계조정법 제3조를 근거로 제시한다.
관계자들은 정부가 하청노조의 점거 농성을 불법으로 보고 법과 원칙에 따른 엄정 대응을 예고한 바 있어 협상이 오늘을 넘기진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 이날 중으로 협상이 타결되지 않고 대우조선이 휴가에 들어가면 경찰은 곧바로 공권력 투입을 검토할 것으로 전해진다. 대우조선은 23일부터 2주간 여름휴가에 들어가 필수 인력을 제외한 원·하청 직원 2만여명이 출근하지 않는다.
실제 이날 오전 8시부터 협상을 재개한 노사는 최종 합의안 마련을 위해 양측 세부 의견과 합의 내용 문구 등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막판 변수로 떠올랐던 손해배상 청구 역시 회사 측이 손배소 미청구에 합의하는 것으로 의견 조율이 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향후 재발할 수 있는 불법행위에 대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