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올해 세무조사 규모를 역대 최저 수준으로 줄인다. 고물가와 경기 침체 등 복합위기 상황을 고려한 결정이다. 매출이 감소한 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해서는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신고내용 확인을 면제해준다. 납세자 편의를 높이기 위해 홈택스를 전면 개편하고 인공지능(AI) 세금비서를 시범 도입한다.
국세청은 22일 김창기 국세청장 취임 이후 처음으로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를 개최하고 ‘하반기 국세행정 운영방안’을 발표했다. 국세청은 ▲민생경제 안정을 위한 전방위적 세정지원 ▲편리한 납세서비스 구현 ▲세무조사 신중 운영 등을 하반기 역점 추진 과제로 제시했다.
국세청은 코로나19 재유행과 경제위기 상황을 감안해 세무조사를 역대 최저 수준인 1만4000건으로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2015~2019년 연평균 1만6603건이었던 세무조사 규모는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2020~2021년 연평균 1만4322건으로 축소된 바 있다.
또 납세자의 조사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는 정기조사와 간편조사 비중이 확대된다. 조사시기를 예측할 수 있는 정기조사 비중이 확대되면 기업의 경영 안전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간편조사에선 중소 법인과 개인 납세자가 조사 희망 시기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조사시기 선택제도’가 도입된다.
코로나19 기간 시행했던 세정지원도 계속된다. 영업제한 조치를 받았거나 매출이 감소해 방역지원금을 받은 소기업·소상공인 332만명에 대해서는 올해 말까지 신고내용 확인을 면제하고 정기 세무조사 착수도 유예한다. 영세 자영업자의 법인세·부가가치세·종합소득세 납부기한은 직권 연장하고, 폐업 사업자의 재창업·취업 시 납부하기 어려운 체납액에 대한 가산금·가산세를 면제한다.
다만 국세청은 민생침해·불공정·역외·신종 탈세에 대해서는 엄정 대응하기로 했다. 코로나19 기간 호황을 누린 업종이나 물가 불안을 자극하는 사업자의 탈세, 사주 일가의 편법 증여, 가상자산·온라인 플랫폼 거래에서 발생하는 탈세 등에 대해서는 검증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공익법인 회계 부정·자금 유용, 외국인 부동산 탈세, 유튜버 등 1인 미디어 창작자의 소득세 신고 누락도 들여다볼 예정이다.
국세청은 납세자 편의를 위해 홈택스를 ‘지능형 홈택스’로 전면 개편한다. 화면 구성과 기능을 사용자 맞춤형으로 바꾸고 내비게이션 안내를 강화하는 식이다. 납세자별로 신고·납부 일정과 환급금을 안내하고 실시간 상담도 받을 수 있게 하는 AI 세금비서는 올해 중 시범 도입된다. 근로자가 동의하면 국세청이 회사에 바로 자료를 제공하는 연말정산 간소화 자료 일괄제공 서비스는 올해 전면 도입을 추진한다.
김 청장은 “국세청 본연의 역할인 세입예산의 안정적 조달의 중심에는 결국 국민이 있다”며 “국세청이 아닌 납세자 시각에서 세금신고 및 납부 과정을 개선하고 세무조사도 심각한 위기상황 속에서 납세자가 경영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전체 조사 규모를 축소하는 등 신중하게 운영해달라”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