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제안한 류삼영 울산중부경찰서장이 22일 “경찰국 신설은 법적, 절차적, 시기적으로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류 서장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경찰국 신설과 관련해 집단적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총경 단체 채팅방도 ‘경찰국 신설은 절대 진행돼선 안 된다. 역사를 30년 퇴보시키는 심각한 문제니 모여서 의논하자’는 분위기”라며 “경찰국 신설이 법적, 절차적으로 타당하고 시기적으로 온당한지 일선 의견을 들어보고 어떻게 대응할지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적으로 행안부 장관 업무에 경찰 치안과 관련한 사무가 없다. 대통령령을 만들어 경찰을 장악하고 통제하겠다는 건 잘못된 이야기”라며 “행정절차법상 법령을 만들 때 40일 정도 의견 수렴은 해야 하는데, 휴일을 포함해 5일밖에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찰 수장이 없는 민감한 시기에 이 일을 속전속결로 끝내는 건 문제”라고 비판했다.
류 서장은 ‘전날 경찰제도개선안이 차관회의를 통과해 사실상 막을 수 없게 되지 않았나’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가능성을 보고 발을 넣을지 뺄지 하는 게 아니다. 역사에 기록을 남기는 것”이라고 답했다.
전날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는 경찰 직장협의회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 ‘중립성 훼손이 없게 할 테니 지휘부를 믿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류 서장은 “제도화되면 개인기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게 아니다”라며 “경찰청장이 장관 통제 하에 들어가기 때문에 가능성 없는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윤 후보자가 전국 경찰서장 회의 개최를 만류해달라고 서한을 보낸 것에 대해선 “대우조선해양 사태라든지, 코로나 재확산이라든지 여러 상황이 심각하니 서장들이 좀 무겁게 움직이라는 그런 취지였다. 하지만 경찰국 신설이 더 중요하고 장기적인 문제”라며 “회의는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예고했다.
다만 “휴가철이기도 하고 총경급 인사도 앞둬 신경 써야 할 것도 많은 시기에 관내 문제로 못 오는 서장들도 있어 온라인 연결도 할 것”이라고 했다. 윤 후보자는 전날 총경급 간부들에게 ‘전국 시도경찰청장과 총경 이상 관리자 여러분께 당부 말씀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전자 우편을 보내 회의 개최를 만류했다.
앞서 류 서장은 지난 18일 경찰 화상회의가 끝난 뒤 경찰 내부망에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제안하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 글에는 “경찰국 신설 등 중대한 정책 변화에 우리 경찰의 의견을 충분히 전달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고, 수백 개의 응원 댓글이 달렸다. 류 서장의 제안에 따라 전국 경찰서장 회의는 이날 오후 2시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