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용의 출현’ 김한민 감독 “이순신 3부작, 드라마로 이어질 것”

입력 2022-07-22 11:08 수정 2022-07-22 15:22
“영화 내내 여름 전투, 낮 전투가 벌어지는 ‘한산:용의 출현’ 촬영을 마치고 거의 곧바로 ‘노량:죽음의 바다’ 촬영이 시작됐다. ‘노량’은 밤 전투가 3분의 2인데 모두 겨울 전투다. 3000평 규모의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트장 전체에 크로마키(특수효과 촬영을 위해 초록색 등으로 배경을 만드는 것)를 치고, LED 조명으로 1분만에 밤낮을 전환할 수 있는 기술을 만들었다. 할리우드도 쉽게 이루지 못할 성취다.”

영화 ‘한산: 용의 출현’을 연출한 김한민 감독.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21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김한민 감독이 이같이 밝혔다. 지난 2014년 영화 ‘명랑:회오리 바다를 향하여’로 1700만 관객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운 김 감독은 오는 27일 ‘한산’ 개봉을 앞두고 있다. 후속작 ‘노량’ 촬영도 마쳤다. 이순신 3부작에 10년 세월을 쏟아부었다.

그는 “‘명량’ 때 겪은 여러 시행착오와 노하우가 이후 두 영화를 찍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노량’에서 밤에 벌어지는 해상전을 야외에서 찍는 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한산’까지 전체를 실내에서 찍고 배를 직접 물에 띄우지 않기로 결정했다”면서 “‘노량’에선 조선의 판옥선, 일본의 안택선, 명나라의 호선이 실내 세트장에 모두 등장하는데 특수촬영된 난전 장면을 보면 제가 감독이지만 굉장히 뭉클했다”고 돌이켰다.

영화 ‘한산:용의 출현’ 촬영 현장.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를 기획한 이유에 대해선 “이순신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다. 국가의 녹을 먹는 장수이고 그 중에 우두머리이면서 백성과 닿아있는 부분이 큰 사람이다. 권력자였던 왕과도 긴장관계가 있었다”며 “게다가 다른 위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치적 평가에 있어서 오염되지 않은 지점이 있다. 그런 분의 행적과 사상, 가치를 재평가한다면 지금 시대에도 오롯이 소통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 부분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인물에 대한 영화를 꾸준히 만들다보니 ‘공부’하는 시간도 길었다. 그는 “‘한산’에선 거북선에 초점이 맞춰졌다. 거북선은 조선 수군에 큰 힘과 위안이 됐고 후대에 우리 민족의 혼이 응축된, 이순신과 뗄 수 없는 상징물이 됐다”며 “조선 수군의 진법 운용을 많이 연구했다. ‘한산’을 거쳐 ‘노량’까지 가다보면 수군의 진법이 거의 완성되는데 ‘노량’에서 대미와 백미를 장식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 '한산:용의 출현'에서 재현된 학익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에 등장하는 거북선은 여러 사료를 토대로 개연성 있게 만들어졌다. 김 감독은 “1600년대 초 기록들을 보면 이미지보다는 설명이 많다. 실제로 거북선이 어떻게 생겼으며 어떤 식으로 운용됐고, 어떻게 연구됐는지에 대한 선명한 기록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구현하는 자의 몫’이라 생각했다”며 “자료를 조사할수록 헷갈렸다. 구조도 2층형, 3층형, 복층형 등 여러 설이 있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거북선 이미지와 이질적으로 묘사하고 싶진 않았고 효율적인 모양의 거북선을 만들자는 생각에서 나온 자연스런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한산’에선 거북선을 실제 사이즈에 가깝게 만들어냈다. 김 감독은 “세트장에 서 있는 거북선을 마주하면 숙연해졌다. 마음의 울림을 스텝들이나 배우들이 강하게 느꼈다”며 “함께 고사를 지낸 것 등 인상깊은 추억이 많다”고 했다.


이번 영화에선 전작과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이순신이 등장한다. 용장(勇將)보다는 지장(智將)인 젊고 차분한, 그러면서도 카리스마가 있는 이순신에 박해일을 캐스팅했다.

그는 “지장으로서 이순신의 면모를 보여주는 데 있어선 기록에 충실했다. 전쟁 초기 이순신의 모습을 선비형, 지략형 인물로 생각하게 됐다”며 “사료에 따르면 용모가 단아한 선비와 같고 말수가 적었다고 표현돼 있다. 박해일이 적역일 것 같았고, 40대 중반의 나이대도 딱 맞았다”고 돌이켰다.

영화 속에서 거북선이 등장하는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처음 배역을 제안받았을 때 박해일은 의아해 했다. 김 감독은 “박해일씨는 ‘제가 그런 면과는 좀 거리가 있지 않느냐’고 되물었고 ‘그래서 캐스팅하려고 한다. 이번 이순신은 무장으로서의 느낌보다 외유내강형의 선비 모습이 짙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공감하고 함께 작업하게 됐다”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박해일의 연기는 최대한 절제하는 방향으로 톤을 잡았다. 그는 “말은 절제하되 눈빛 등에서 에너지를 잃지 않는 이순신을 표현하면 적장인 와키자카(변요한)와 선명하게 대비될 것 같았다. 이순신이 물, 와키자카는 불과 같은 느낌이라면 어울리고 재미있을 것 같았다”면서 “그래서 마지막에 ‘발포하라’라는 대사 역시 절제돼 있지만 단호하게 해보자”고 했다.

이순신을 연기하고 있는 배우 박해일.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전작의 흥행을 보면서 이순신을 다룬 작품이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의미가 분명히 있다는 걸 그는 확인했다. 김 감독은 “단지 하나의 이순신 영웅담으로 끝내면 이순신 장군을 재조명하는 일이 흥행이라는 이슈에 가려지지 않을까 우려했다. 전쟁 당시 정황에 맞춰 더 깊은 이순신의 모습을 다뤄보자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면서 “그 때의 해전이 지금 대한민국을 사는 현재의 우리들에게 좀 더 의미를 가질 수 있도록 좀 더 체계적으로 준비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다행히 팬데믹 기간이었음에도 두 편을 무사히 잘 찍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순신에 몰입하면서 난중일기에도 빠졌다. 그는 “습관적으로 읽다보니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해지고 잠도 잘 오고 위안이 된다. 남의 일기를 훔쳐보는 느낌도 들어 재미있다”며 “지금 인간들의 모습과 이순신이 많이 다르지 않다. 술친구를 그리워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상대를 노골적으로 비판도 하는 인간적인 이순신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공교롭게도 임진년 1월 1일부터 일기를 쓰셨다”고 이야기했다.


이순신 3부작은 드라마도로 이어질 계획이다. 김 김독은 “임진왜란 7년 전쟁에 대한 드라마를 준비하고 있다. 영화에선 이순신과 전투에 집중했다면 드라마에선 선조, 유성룡 등 임진왜란 때의 다양한 인물들을 주역으로 정치외교사적인 면을 다뤄보고 싶다”며 “그 이야기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드라마라는 형태가 맞을 것 같다. 플랫폼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해외 시청자들에게도 이순신이 가졌던 균형감과 안목, 사상과 활약이 세계적으로도 평가받을 가치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