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이 대법원에서 국가 소유권을 인정받은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회수를 위해 지난 5월 소장자의 자택과 사무실 등을 수색했지만 끝내 발견하지 못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문화재청이 훈민정음 상주본 확보를 위해 강제집행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21일 문화계에 따르면 문화재청 문화재사범단속팀은 지난 5월 13일 훈민정음 상주본을 회수하기 위해 고서적 수집판매상 배익기(59) 씨의 경북 상주 자택과 사무실 등 3곳을 수색했다.
문화재청은 훈민정음 상주본 행방에 관한 정보를 입수해 약 5시간 동안 수색했으나 찾지 못했다. 문화재청은 배씨 사무실 인근 다방까지 뒤졌지만 상주본을 찾지 못했다. 강제집행은 법원에서 승계집행문을 받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재청은 2019년 대법원이 훈민정음 상주본 소유권이 국가에 있다고 판결한 이후 꾸준히 회수 의지를 밝혀왔다. 이후 판결문 효력에 따라 강제집행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배씨의 사무실이나 인근 다방에 책이 있을 수 있다는 첩보에 따라 강제집행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문화재청은 훼손 등 이유로 집행에 나서지 못하고 있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문화재청 차원에서 강제집행에 나선 것은 2019년 이후 처음”이라며 “(보관) 장소를 특정할 수 있다면 법과 원칙에 따라 강제집행 또는 압수수색하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훈민정음 상주본은 배익기 씨가 2008년 ‘간송본’과 다른 훈민정음 해례본을 찾아냈다며 일부를 공개해 존재가 알려졌다. 그러나 배씨가 아직까지 소장처를 밝히지 않으면서 행방이 묘연하다.
훈민정음 상주본의 현 상태가 어떤지도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배씨 자택은 7년 전 불이 나면서 그 안에 숨겨둔 상주본도 일부 훼손된 것으로 알려졌다. 배씨 자택은 2015년 화재 당시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