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2학년 P는 주장이 너무 강하고 말을 듣지 않는다. 서너 살 때부터 고집이 세다고 느껴왔지만 갈 수로 심해지는 느낌이다.
고집을 꺾어보려고도 했지만 그럴수록 더욱 심해지며, 차츰 반항하기 시작한다. 게다가 이제는 학교에서도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선생님이 지시해도 안하고 고집을 피운다. P처럼 어려서부터 기질적으로 고집스런 아이들이 있다. 이런 아이들은 훈육하기에 까다롭고, 훈육에 실패하면 P처럼 학교생활에도 적응하지 못한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아이에 맞는 적당한 훈육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먼저 적당한 한계 내에서 아이에게 선택하게 해준다. ‘오늘 학교 갈 때 노란 점퍼를 입을까? 아님 초록 가디건을 입을까? 하지만 오늘은 너무 추우니 파란 티셔츠만 입고 가는 것은 안 돼.’ 라고 말할 수 있다. 아이는 선택함으로써 주도권을 빼앗겼다는 느낌 없이 적당한 한계를 배울 수 있다.
고집 센 아이들은 변화를 싫어하고 자신의 욕구를 제한받는데 저항하는 특성이 있으므로 상황변화나 욕구 제한을 받아들이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 외출하는 상황이라면 “이제 10분 후엔 할머니댁 갈 거니까 준비해라.” 이렇게 이야기하며 타이머를 5분에 맞춰 둔다. 5분 후 타이머가 울리면 다시 알려준다. “이제 5분 남았다.” 이렇게 상황 전환을 위해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지 않고 느닷없이 ‘빨리 나가야 하니 준비해’라고 했을 때는 심하게 저항 할 수 있고, 이는 반항적인 행동으로 보여진다. 반항은 미리 예방하는 것이 좋다.
규칙을 가르칠 때도 어떤 행동을 못하게 하거나 규칙을 지키지 않았을 때 야단을 치는 것 보다는 긍정적인 행동을 했을 때 이를 강화 해주는 것이 좋다. 하지만 부득이 한 경우 규칙이나 약속을 지키지 않을 때 소리를 지르고 야단치거나 체벌을 하는 것 보다는 할 수 있는 특권의 제한 방법이 낫다. 이때 특권의 제한은 미리 아이와 부모가 함께 이야기를 해서 정해진 룰에 따라 하는 것이 좋다.
“오늘 정해진 게임 시간이 1시간이 다 되가네. 5분 후에는 컴퓨터를 꺼야 해” 라고 미리 얘기 해준 후 그래도 지시를 따르지 않는다면, “지금 바로 끄지 않으면 내일은 약속대로 게임을 못 하게 될 거다.” 이렇게 이야기하고 이를 그대로 실행에 옮기는 것이다. 만일 아이가 떼를 부리거나 고집을 피운다고 부모가 물러서서는 안 된다. 만일 위협만 하고 다음날 아이의 고집 때문에 부모가 어쩔 수 없이 “다음부터는 안 될 거야. 약속해” 라거나 부모가 너무 지쳐서 “네가 알아서 해‘ 라며 훈육을 포기하거나 버럭 화를 내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되면 아이는 부모가 엄포만 놓을 뿐 실행하지 않는다고 느끼고 부모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고, 고집만 피우면 부모를 이길 수 있다고 느낀다.
하지만 특권의 제한이 너무 과도해서 징벌이 되어서는 안 된다. 특권의 제한은 다소 적다 싶을 정도이어야 하며, 상징적인 의미로 적용되어야 한다. 조급한 마음에 한 번에 강한 제재로 행동이 수정되기를 바라면 안 된다. 예를 들어 “게임 시간 넘기면 한 달 간 게임 금지다.” 라는 식이면 아이 마음속에 억울함과 분노가 자라면서 자신의 행동에 대한 반성보다는 부모의 부당한 처사에 반항심만 자라게 된다. 또 한달 내내 아이가 졸라대며 부모와 대치상황이 계속되고, 부모에게 거짓말하며 게임을 몰래 밖에서 할 수 있다.
금지행동은 천천히 조형해 나가며 수정하는 것이지 한 번의 징벌로는 수정된 행동이 유지되기 힘들다. 그래서 특권의 제한은 실현 가능해야 하며, 영원히 보다는 시간을 제한해서 설정해 주는 게 좋다. “식사 시간에 그렇게 딴 짓 하면 내일 부터는 밥 안 준다”라거나 “게임 그렇게 오래하면 컴퓨터를 없애 버릴 거야” 라는 식의 엄포는 실현 가능성이 없어서 부모가 먼저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된다. 차라리 ‘하루 간식을 금지’ 하거나 ‘하루 정도 게임을 금지’ 정도가 적당하다. 실현 가능 시간을 정해서 아이나 부모가 지킬 수 있는 정도가 좋다. 위협이나 협박을 해서는 안 된다.
이호분(연세누리 정신과 원장,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