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시장을 탐관오리에 빗댄 현수막이라도 게시 불허 안 돼”

입력 2022-07-20 18:59

공직자를 탐관오리에 비유해 비판한 현수막이라도 게시를 거부해서는 안 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전북 지역 A시장에게 현수막 게시 불허 조치를 재검토하고 향후 주민의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지 않도록 해당 시 도시재생과 직원에게 재발방지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고 20일 밝혔다.

앞서 A시의 한 시민사회단체는 시 민간위탁업체인 옥외광고협회를 통해서 지자체 지정게시대에 현수막 게시를 신청했다. 이 현수막은 A시장을 역사 속 인물인 탐관오리 조병갑에 비유하고, ‘불법특혜’ ‘부정채용’ 등의 비판 문구마다 화투 그림을 하나씩 배치하는 형태로 만들어졌다.

A시는 이 현수막이 A시장을 비방하는 내용을 담아 ‘특정 개인 또는 단체를 비방하는 내용을 표시할 수 없다’는 옥외광고물 조례 규정을 위반한다며 게시를 불허했다. 사행성을 조장하는 화투 그림이 들어가 청소년에게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해당 시민사회단체는 A시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지자체 등 공적 기관의 업무 수행은 일상적인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고, 비판 과정에서 공직자의 사회적 평판이 다소 저하될 만한 표현이 나오더라도 그것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이유가 되지는 못한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특히 A시장이 실제로 불법 정치자금 수수, 부당 채용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만큼 현수막의 내용은 주민이 알아야 할 공적 관심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화투 그림에 대해서도 “청소년보호법상 청소년유해매체물이나 청소년유해물건에 해당하지 않아 청소년의 보호·선도를 방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