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에게 수면제가 든 피로회복제를 건넨 뒤 신용카드와 현금 등을 훔쳐 달아난 승객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청은 지난 18일 유튜브 채널에 ‘장거리 손님이 고생했다며 택시기사에 건넨 음료의 정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영상에는 지난달 22일 밤 대전 한 숙박업소에 택시기사 A씨와 승객 B씨가 함께 입장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날 B씨를 태우고 장거리 운행을 한 A씨는 B씨의 짐을 옮겨주려고 트렁크 가방을 든 채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A씨를 뒤따르는 B씨의 손엔 비닐봉지가 들려 있었다.
둘은 한 방에 들어갔지만 이후 B씨만 방에서 빠져나왔다. B씨는 옷을 갈아입은 모습으로 급하게 방을 나서는 모습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B씨는 “오랜 시간 운전해 고생이 많았다”며 A씨에게 다량의 수면제가 든 피로회복제를 건넸다. 아무런 의심 없이 음료를 마신 A씨가 깊은 잠에 빠지자 B씨는 A씨의 신용카드를 훔쳐 달아났다.
B씨는 훔친 신용카드로 수백만원을 쓰고 휴대전화와 가전제품을 구매한 뒤 되파는 등 방식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경찰은 이렇게 발생한 피해 금액만 1700만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다른 지역으로 도주한 B씨를 검거해 구속했다. B씨는 출소한 지 6개월 된 전과 27범으로 알려졌으며, 마땅한 직업을 찾지 못해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대전 서부경찰서 조용필 형사과장은 “좋게 보면 서로 간의 호의인데 이렇게 범행에 악용될 수 있다”며 “한 번 정도는 (낯선 사람이 호의를 베풀 때)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 같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