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들은 텔레비전을 충분히 즐기고 있을까

입력 2022-07-20 17:28

장애와 텔레비전 문화
케이티 엘리스 지음, 하종원 박기성 옮김
컬처룩, 364쪽, 2만8000원

1982년 한 중증 청각 장애인이 텔레비전에 자막을 제공해줄 것을 요구했다. “우리 모두가 원하는 것은, 말하자면 그저 우리를 연결해 달라는 것이에요. 우리에게 기회를 주세요. 침묵 속에서 텔레비전을 보는 매일매일은 아무 것도 없는 나날이에요.”

1998년 텔레비전의 화면 해설을 처음 접한 한 시각 장애인은 감동을 이렇게 표현했다. “마치 누군가가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문을 열어준 것 같았어요. 그 세계에서 나는 다른 사람이 눈으로 보는 것을 내 귀로 볼 수 있었어요.”

‘장애와 텔레비전’은 장애인을 텔레비전 등 영상 매체에서 어떻게 재연하는지 분석하고, 새로운 디지털 환경에서 장애인의 텔레비전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책이다. 저자는 호주 커틴대 미디어·예술·사회학부 교수로 10대에 장애를 갖게 됐다.

현대 사회에서 텔레비전은 삶의 환경이다. 세상을 보는 창이고, 타인과 소통하는 수단이다. 이 책 곳곳에 나오는 장애인들의 인터뷰는 이들의 삶에서 텔레비전이 얼마나 필요한지 보여주는 한편 이들의 텔레비전 접근성이 얼마나 척박한지 알려준다.

이 책은 주로 호주의 사례를 중심으로 디지털TV 환경이 장애인의 접근성을 확장하는지 살펴본다. 기술의 발달로 장애인을 위한 자막이나 화면 해설 서비스가 훨씬 더 쉬워진 게 사실이다. 유튜브나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에서도 자막이나 화면 해설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에서 장애인의 정보접근권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풀어야 할 숙제가 적지 않게 남아 있다. 장애인에 대한 시혜적 정책 방향, 장애인 접근 서비스의 제공을 비용이나 부차적인 업무로 보는 방송사업자의 상업적 시각, 그리고 장애인을 비정상인으로 보는 사회적 인식 등이 여전히 문제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 전환이 이루어지기 전에는 접근성 문제가 겉돌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저자의 논지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