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꽃과 빛의 향연 ‘시간의 조각:계절’

입력 2022-07-20 16:05

네이처랩스가 두 번째 미디어아트 전시회 ‘시간의 조각:계절’을 지난 15일 서울 홍대 복합문화공간 네이처랩스에 오픈했다.

이 전시회는 ‘시간에 기대어 계절에 머물다’라는 메인 콘셉트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사계절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미디어아트다. 각 계절을 대표하는 꽃을 활용한 플라워아트와 70여대의 빔프로젝트 영상이 어우러져 때로는 서정적이고 때로는 아름다우며, 때로는 신비로운 이색적인 시공간을 연출한다.

지난 전시 대비 총 3개의 존을 추가하고, 다양한 반응형 미디어 기술을 도입해 더 다채로운 테마의 전시를 시각은 물론, 후각, 청각 등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첫 번째 존은 ‘여정의 시작(Prologue)’이다. 꽃잎이 흐르는 시간 강에 조각배를 띄워 잃어버린 나를 찾는 여정을 떠나게 된다. 존 전체를 물들인 보랏빛 꽃밭이 전시회에 대한 기대감을 조성한다.

두 번째 존은 ‘향기의 기억(Memory of Scent)’이다. 꽃향기에 마음껏 빠져들 수 있는 공간이다. 자체 조향한 플로랄 디퓨저의 향기가 플라워아트와 어우러져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공감각을 자극해 전시 몰입감이 고조되는 구간이다.

세 번째 존은 ‘시간의 책장(Big Book)’이다. 책 형태의 대형 구조물에 시간의 흐름을 통해 변화하는 사계절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미디어 존이다. 벚꽃나무 조경과 어우러지는 스노 효과가 관객들에게 이색적인 광경을 선사할 것이다.

네 번째 존은 한국의 색감과 서정미를 표현한 ‘봄의 서정시(Lyric)’다. 수묵화 기법을 미디어아트로 표현한 폭포와 한옥의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는 ‘창 밖은 봄’ 작품이 마음을 설레게 하는 공간으로, 폭포에서 시작된 물길을 따라 꽃밭을 지나가면 초록과 파란색 빛으로 물든 하늘을 만나게 된다.

다섯 번째 존 ‘여름, 수국(Hydrangeas)’에서는 총 천연색의 수국 군락이 여름의 싱그러움을 선사한다. 이 공간에는 반응형 미디어가 설치돼 있어 수국 앞 발자국 모양에 서면 발밑으로 꽃잎이 맺히고 벽면의 하늘색이 화려한 빛깔로 변화하는 효과를 경험할 수 있다. 메인 사진촬영 장소로 인기를 끌 전망이다.

여섯 번째 공간 ‘기억의 바람(Dandelion)’은 소담한 꽃길로 구성돼 있다. 미디어로 표현된 민들레 형상에서 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홑씨를 통해 작고 소소하지만 꾸준히 내일로 향해 나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표현하고자 했다.

일곱 번째 존은 차갑지만 순수하게 반짝이는 겨울을 표현한 ‘겨울빛의 향연(Frozen)’이다. 사방으로 반짝이는 만화경 거울 속에 눈꽃송이를 표현한 미디어 콘텐츠를 접목시켜 화려하고 찬란한 빛의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회전하는 거울의 반사효과를 통해 다양한 변화를 눈으로, 사진으로 담아낼 수 있는 공간이다.

여덟 번째 존은 가을 밤의 고요하고 은은한 반짝임을 표현한 ‘가을밤의 속삭임(whisper)’이다. 감각적으로 조성된 플라워아트존과 미디어아트로 표현된 반딧불의 일렁임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가을밤의 정취를 자아낸다. 대형 꽃에 가까이 다가서면 벽면의 반투명 유리를 통해 꽃잎이 흩날린다. 글래스맵핑 기법이 도입돼 있어 유리를 투사한 미디어 영상이 벽면에 맺히는 효과로 기존의 미디어아트와는 색다른 영상미를 경험할 수 있다.

아홉 번째 존은 전시의 클라이맥스 ‘시간의 화원(Blossom)’이다. 시간의 변화, 그에 따라 각자의 색으로 물들어가는 계절의 순환을 표현한 공간이다. 가장 중심이 되는 전시 공간인 만큼 다수의 인터랙티브 체험 요소를 총망라해 구현했다. 레이저센서까지 활용해 미디어아트의 절정을 맛볼 수 있게 했다. 벽면을 터치하면 사방에서 꽃잎이 흩날리고 발걸음을 따라 꽃길이 들어서는 이 곳에서는 눈으로만 보는 작품을 넘어서 오감으로, 그리고 상상의 세계까지 합쳐 신비로움의 극치를 느껴볼 수 있다. 이전 전시에서도 그랬듯 다양한 뮤지션들의 뮤직비디오, 비디오클립 촬영지로 인기를 끌 전망이다.

열 번째 존은 네이처랩스의 시그니처로 자리잡은 비밀실험실 존 ‘기억의 비밀(The Secret)’이다. 자연의 색감과 원초적 아름다움을 영상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구현해내고 싶은 네이처랩스의 미디어아트 철학을 담아낸 공간이다. 비커, 샬레, 삼각플라스크 등 실제 실험도구들로 구성된 실험실에 꽃과 실험 기호로 구성된 미디어 연출을 접목했다. 영상의 빛과 구조물의 배치를 계산해 기획된 공간으로 세밀하게 감상하면 더욱 재미있는 공간이 될 것이다.

마지막 존은 ‘다시, 나의 이야기(Re:meet)’이라는 이름의 공간이다. 전시의 이야기는 이렇게 끝이 나지만 우리의 이야기는 계속된다는 것을 빛과 플라워아트의 절제된 움직임으로 표현했다.

전시 관람을 마쳤다면,전시장에서 바로 이어지는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아트 카페 ‘네이처랩스’에서 편안한 휴식을 즐기며 미각, 시각, 후각으로 전시의 여운을 음미해 보자. 기존의 플라워 카페 ‘바이츠앤’공간을 전면 리모델링해 오픈한 카페 네이처랩스는 종이꽃으로 꾸며진 벚꽃나무와 커튼의 일렁임에 반응하는 미디어아트 베이비브레스를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자연의 원료로 만든 시그니처 음료와 디저트를 즐길 수 있는 것은 기본. 미각뿐 아니라 다양한 예술 요소들을 동시에 체험하며 인생샷까지 남기고 싶다면 꼭 들러 봐야 하는 곳이다.

전시회는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연중무휴로 운영된다. 입장료는 어른 2만원, 청소년 1만6000원, 어린이 1만2000원이다. 장애인, 경로우대자, 군인은 동반 1인까지 1만4000원에 이용할 수 있다. 36개월 미만 유아는 무료다. 오후 8시부터 10시까지는 예약제 대관으로 운영된다.

전시회를 주최한 네이처랩스측은 “지난 전시회에서는 ‘나’라는 존재 자체의 이야기를 꽃으로 표현하였다면 이번에는 존재 가치를 잃어가고 있는 우리를 돌아보고 내 기억, 시간 마침내 내 존재의 고유한 이야기를 되찾아가는 과정을 계절에 빗대어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