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한국판 매버릭이다”… KF-21 조종사에 쏟아진 찬사

입력 2022-07-20 12:00 수정 2022-07-20 12:43
KF-21 첫 시험비행 임무를 성공리에 해낸 조종사 안준현 소령. 방위산업청 제공

경남 사천에서 19일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 보라매의 첫 시험 비행 임무를 성공리에 마친 공군 파일럿이 당시의 긴장됐던 순간을 떠올렸다.

공군 제52시험평가전대(이하 52전대) 소속 안준현 소령(공사 54기)은 20일 “내색하지 않았지만 사실 이륙 직전까지 마음속 부담이 컸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막상 이륙 후 사천 상공에 떠오른 뒤부터는 편안하고 순조롭게 정해진 경로대로 비행했다”며 “착륙에 성공한 뒤 너무도 많은 분의 축하를 받았다. KF-21 개발과 시험 비행을 위해 노력해온 모든 분에게 영광을 돌린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최종 평가까지) 2000여 시험 비행을 안전하게 완료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첫 국산 전투기 KF-21 시제기가 19일 경남 사천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방위사업청 제공

안 소령은 KF-21 시제기 조종사로 선발된 4명 중 처음으로 첫 비행 조종간을 잡았다. 안 소령 외에 공군 소속 1명과 KF-21 개발업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2명이 시제기 조종을 맡는다.

안 소령은 2016년부터 52전대 개발시험비행 조종사로 근무하고 있다. 이전까지 제3훈련비행단에서 국산 기본훈련기 KT-1 비행 교관으로 근무했다. 항공기·무장 개발, 시험비행 등을 통해 공군 전력 발전에 기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그를 개발시험비행 조종사로 이끌었다고 한다.

이날 KF-21의 첫 시험 비행 성공은 치열하고 꾸준한 훈련 덕에 가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 소령은 전날 착륙 직후 동료들에게 “훈련을 많이 했는데, 훈련한 것과 비슷하게 기체가 움직였다”고 전하기도 했다.

첫 국산 전투기 KF-21 시제기가 19일 경남 사천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방위사업청 제공

KF-21 시험비행을 위한 안 소령의 훈련은 지난해 2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안 소령은 항공기 비행제어법칙을 시뮬레이터로 구현해 비행 특성을 파악하는 장비인 조종성 평가 시뮬레이터(HQS), 정상·비상 처치 절차에 숙달하는 조종실 절차 훈련 장비(CPT) 등으로 훈련했다.

KF-21은 기존 항공기와 달리 거의 모든 조작이 터치스크린 방식의 다기능 시현기(MFD)로 이뤄진다. 안 소령은 이와 관련한 훈련도 CPT로 수행했다. 그는 이제 2026년까지 2200여 소티(출격 횟수)를 통해 KF-21 비행을 시험하는 과정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안 소령은 “2200소티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 수많은 기술의 집약체인 항공기를 그 정도로 검증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라며 “최초 시험비행 조종사라는 타이틀에 크게 의미를 두고 싶지는 않다. 앞으로 다가올 시험비행과 이후 해야 할 임무들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첫 국산 전투기 KF-21 시제기가 19일 오후 3시40분쯤 개발업체 한국항공우주산업 본사 인근의 경남 사천 공군 제3훈련비행단 활주로에서 힘차게 이륙하고 있다. 방위사업청 제공

안 소령이 조종한 KF-21은 전날 오후 3시40분 제작사인 경남 사천 KAI 인근 공군 제3훈련비행단 활주로를 굉음을 내며 박차고 이륙했다. 이후 시속 약 400㎞로 30여분간 사천 상공을 선회하면서 엔진 상태 등 기본 성능을 점검한 뒤 오후 4시13분에 안전하게 착륙했다.

첫 시험비행이 성공적으로 끝난 뒤 온라인상에선 안 소령을 향한 격려와 찬사가 쏟아졌다. 그를 ‘매버릭’에 빗대기도 했다. 매버릭은 할리우드 스타 톰 크루즈가 주연을 맡은 영화 ‘탑건’ 주인공의 코드네임이다. 미국 해군의 전설적인 파일럿으로 묘사되며, 실전을 방불케 하는 혹독한 상공 훈련 끝에 성공적으로 임무를 완수하는 캐릭터다.

영화 ‘탑건: 매버릭’에서 주연배우 톰 크루즈가 전투기 앞에 서 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누리꾼들은 안 소령을 향해 “한국판 매버릭이다” “마치 영화 한 장면을 본 기분” “목숨을 건 비행, 존경스럽다” “안 소령이 느꼈을 긴장과 부담이 여기까지 전해진다” “탑건의 훈련 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 “안 소령은 최고의 군인이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환호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