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플랫폼 시장은 거래되는 서비스나 사업모델이 비정형적이고, 빠른 혁신 속도로 인한 진입과 퇴출이 반복되는 역동성을 특징으로 한다. 이 때문에 경쟁이 치열하고 시장점유율도 유동적이다.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IT기반의 시장에 대한 사전규제는 혁신의 원동력을 감소시키고 규제 효과도 불투명할뿐더러 해외사업자와의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 「온라인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약칭: 온플법)」이 폐기 수순에 접어든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온라인플랫폼 시장 중 극소수의 글로벌기업이 데이터 독점력과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를 기반으로 압도적 규모의 이용자 수를 확보함으로써 소위 ‘넘사벽’의 진입장벽을 형성한 시장은 달리 봐야 한다. 이러한 시장은 그 독점구조가 너무나 공고해 시장의 자정기능이 작동하지 못하고, 사후적 행태규제 위주의 경쟁법만으로는 경쟁 회복이 불가능하다. 모바일앱마켓(이하 ‘앱마켓’) 시장의 경우가 그러하다. 앱마켓이란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에서 작동하는 앱(App)을 거래하는 공간이다. 앱마켓 시장에 참여하는 경제주체는 크게 앱마켓을 운영하는 ‘앱마켓 사업자’, 앱마켓에 입점(등록)해 앱을 판매하는 ‘앱 개발자(앱내 미디어콘텐츠제공사업자를 포함함)’, 앱마켓에서 앱을 구매해 이용하는 ‘소비자’로 나눠볼 수 있다.
국내 앱마켓 시장에서 앱마켓 사업자들간의 유효경쟁은 전무하다 해도 무방하다. 구글의 ‘구글플레이’와 애플의 ‘앱스토어’가 시장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스토어나 갤럭시 스토어같은 토종 앱마켓도 있지만 유의미한 점유율을 득했다고 보기 어렵다. 이처럼 압도적인 시장지배력을 가진 구글과 애플은 자신의 지위를 남용해 앱 개발자와 소비자를 상대로 각종 불공정행위를 할 수 있다. 최근 큰 논란이 되는 구글과 애플의 ‘인앱결제’ 강제 문제가 대표적이다. 인앱결제란 소비자가 앱마켓에서 다운받은 앱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앱이 제공하는 서비스나 콘텐츠를 구매할 때, 앱마켓이 제공하는 결제시스템과 결제툴(tool)을 통해 앱 안에서 결제하는 것을 의미한다. 구글과 애플은 앱 개발자에게 인앱결제를 강제하면서 30%나 되는 결제수수료를 적용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러한 인앱결제 강제정책에 대해 2020년 하반기부터 조사를 해왔으나, 방송통신위원회와의 중복규제 및 규제 관할 논란 끝에 작년 8월 말, 이른바 ‘구글갑질방지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방송통신위원회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우선하는 규제 권한을 갖게 됐다. 개정법은 앱마켓 사업자가 앱 개발자에게 특정한 ‘결제방식’을 사용할 것을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앱마켓 사업자에게 결제수수료를 지급할 필요가 없는 결제방식, 즉 아웃링크를 통한 웹결제도 허용하라는 취지인 것이다. 그러나 구글과 애플은 정작 아웃링크를 통한 웹결제는 여전히 금지하면서 높은 결제수수료를 수취할 수 있는 제3자결제 방식을 허용하는 방법으로 규제를 우회했다. 제3자결제 방식을 허용했으니 앱개발자에게 특정한 ‘결제방식’을 강제한 것이 아니고, 따라서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이 아니라는 것이다. 표현의 불명확성으로 인한 법문의 허점을 간파한 처사이다.
그러나, 사실 어느 정도 예견된 상황이었다. 두 거대 IT공룡들이 개정법의 입법 취지를 노골적으로 회피할 수 있었던 것은 위 규제가 특정 행위를 금지하는 사후적 행태규제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법령을 아무리 촘촘하게 규정하더라도 금지되는 모든 행위를 일일이 나열할 수 없기 때문에 열거적 금지규정은 언제든 우회의 가능성을 내재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지난 전기통신사업법의 개정은 금지규정의 도입보다는 사전규제 강화에 보다 주력했어야 하는 것이 아닌지 아쉬움이 남는다.
생각건대, 앱마켓은 현대인의 생활필수재인 스마트폰을 사용함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설비(utility)로 볼 수 있으므로 앱마켓 사업자에게는 필수설비 사업자에 준하는 수준의 규제가 필요하다. 특히 현재 앱마켓 시장은 모바일 OS 시장에서부터 전이된 고도의 시장집중과 승자독식 구도가 공고한 상황이다. 따라서 앱마켓 사업자간의 경쟁을 조금이나마 회복하기 위해서는 시장의 기울어진 구조 자체를 손보는 동시에 공정성과 투명성을 제고하는 사전규제가 불가피해 보인다. 가령 모바일 OS에 상관없이 모든 앱마켓에 접근 가능하도록 하고(이를테면 안드로이드에서 앱스토어나 원스토어 다운로드가 허용되는 구조), 앱 등록조건이나 검색 노출순서 결정조건 등을 공개하도록 하여 운영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꾀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나아가 토종 앱마켓에 대한 육성과 지원도 경쟁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규제와 지원은 앱마켓 시장의 전기통신분야적 특성과 미디어콘텐츠 산업 및 스타트업 생태계와의 연관성에 기초한 시장구조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경쟁질서만의 관점이 아니라, 시장의 특수성에 기초한 산업정책적 고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경쟁당국인 공정거래위원회보다는 전기통신사업 전문규제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를 수행하기에 적합해 보인다. 반면, 각종 금지규정 등 사후적 행태규제의 경우에는, 경쟁법 집행 경험이 풍부한 공정거래위원회가 주축이 되는 것이 효율적이고, 경쟁법상 일반규정을 적용함으로써 규제 공백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앱마켓 시장이 전기통신분야의 전문규제영역임은 분명하지만, 경쟁법에 따른 실증적 시장 분석 없이는 실효적인 규제효과를 달성할 수 없을 것이다. 유관 부처는 칼로 무 자르듯 규제 권한을 나누어 갖기보다는 각자 본연의 기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방향으로 협력하는 규제체계를 수립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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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경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