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의 한 육군 부대에서 부사관들이 코로나19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격리된 병사들에게 욕설과 폭언, 폭행을 일삼았다는 폭로가 나왔다. 해당 부대는 제보가 접수되기 전 해당 부사관들의 부적절한 언행을 파악해 징계처분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9일 페이스북 커뮤니티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육대전)에는 ‘전역해도 군대를 기억하기 싫은 이유’라는 제목의 제보 글이 올라왔다.
제보자 A씨는 육군의 한 군단 예하부대에서 근무하고 지난 5월 전역했다고 스스로를 소개하면서 “지난 3월 코로나19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격리됐는데 격리 전담 간부인 B·C하사가 스스럼없이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다”며 “이들은 매일같이 병사들을 부를 때 ‘병X들’ ‘X 같은 새끼들아’ 등의 욕설을 하루도 빠짐없이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격리 중 도시락 배급을 받으면서 B하사에게 식사나 우유를 더 줬으면 좋겠다고 건의하면 ‘X나게 많이 처먹네 돼지 새X들’ ‘그만 좀 처먹어라 X같은 새X들아’ ‘이 새끼들은 그냥 배식판을 갖다 줘야돼 씨X’ 같은 욕설이 돌아왔다고 했다.
또 함께 격리 중이던 자신의 후임 병사가 우유를 더 달라고 다시 부탁하자 이번에는 C하사가 베개로 후임을 폭행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B하사는 이 광경을 보면서도 말리지 않고 웃으며 방관했다는 게 A씨의 입장이다.
A씨는 자신과 여러 후임이 탁구를 치던 중에도 C하사가 아무 이유 없이 일렬로 세우더니 탁구공을 계속 던져 폭행하는 일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강도가 너무 강해 멍까지 들었고, 기분이 나빠 모두 표정이 일그러지자 (C하사가) ‘이렇게 재밌는 걸 왜 너희끼리만 하냐’며 나가버렸다”고 말했다. A씨와 함께 격리 중이던 다른 병사가 장난감총으로 위협당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A씨는 “격리 중이던 병사들이 모두 동의해 국방부 콜센터(국방헬프콜·1303)에 신고했지만 1주일이 지나도록 달라지는 건 없었고, 그 둘은 계속해서 격리 전담 간부를 맡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이후 코로나에 확진돼 격리시설로 옮겨갔고, 떠나온 부대에 소식을 물었지만 되돌아온 답변은 “아무 일도 없다”였다고 말했다.
A씨는 격리가 끝나고 부대 복귀하면 보복당할 게 두려워 다시 군사경찰에 신고했다. 그는 “보복이 두려워 분리조치를 요구했지만 전역할 때까지 B·C하사에 대한 처벌과 분리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또 B·C하사와 부대 행사에서 같은 식탁에서 밥을 먹거나 같은 근무지에 동일 시간에 배정하는 일이 있었다고 전했다.
아울러 A씨는 앞선 사건들로 전역 후에도 정신적 고통을 겪어 병원 상담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역 전날까지 두 사람에게 사과 한마디 듣지 못했고, 분리조치 또한 받지 못했으며, 지금도 후임들에게 가끔 연락하면 아직 아무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고 한다”고 했다.
이 같은 폭로에 부대 측은 “제보 접수 전 초급 간부들의 부적절한 언행을 식별하고 군사경찰에서 조사를 진행했으며 그 결과에 따라 법과 규정대로 징계처분 및 군검찰 추가 조사 등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병들과 소통을 강화하고 비슷한 사례를 거듭하지 않도록 간부교육을 강화하는 등 더 세심한 지휘 관심을 기울여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