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 김우빈, “4~5년 만에 맡은 세트장 먼지 냄새에 심장 두근거렸다”

입력 2022-07-19 17:39
사진=에이엠엔터테인먼트 제공


6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하는 배우 김우빈은 그 시간 동안 내면적으로 더 단단해졌다. 영화 ‘외계+인’ 1부 개봉을 하루 앞둔 19일 서울 종로구에서 만난 김우빈은 “거의 4~5년 만에 촬영 현장을 찾았을 때 ‘내가 다시 돌아왔구나’ 했다”며 “울컥하기도 하고 첫 슬레이트를 치기 직전의 공기, 세트장의 먼지 냄새 같은 것들로 심장이 두근거리는 박동이 기억에 오래 남아있다”고 밝혔다.

김우빈은 배우로서 활발히 활동하며 인기를 얻던 지난 2017년 비인두암 판정을 받고 치료에 집중했다.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로 안방극장에 복귀하고, 이번엔 영화로 돌아왔다. ‘외계+인’은 고려 말 소문 속의 신검을 차지하려는 도사들과 2022년 인간의 몸속에 수감된 외계인 죄수를 쫓는 이들 사이에 시간의 문이 열리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SF판타지 영화다. 총 2부로 제작됐다.

김우빈은 외계인 죄수들을 호송하고 관리하는 로봇 가드역을 맡았다. 그의 옆에는 프로그램인 썬더가 함께 한다. 썬더는 가드의 모습으로 종종 변한다. 그래서 김우빈은 1인 2역을 연기하기도 하고, 썬더가 각기 다른 스타일의 가드로 변신하면서 1인 4역까지 소화했다. 1인 4역 연기에 대해서 김우빈은 “재미있었다”며 웃었다. 그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1인 2역은 많이 봐왔는데 1인 4역이 한 프레임 안에서 움직이는 건 처음이었다”고 했다.

그가 SF판타지물에 출연한 건 처음이다. 최동훈 감독과 합을 맞춘 소감을 묻자 “감독님의 작품이라면 SF가 아니라도 했을 것”이라며 “기쁜 마음으로 (‘외계+인’에) 합류했다”고 말했다. 그는 캐릭터에 몰입할 때 항상 그 인물에게 맞는 향수를 골라 뿌리고 촬영에 임한다고 했다. 김우빈은 “향에 민감해서 향을 맡으면 그때 기억이 난다”며 “가드를 연기할 땐 묵직하고 딥한, 남자 냄새가 나는 향을 골랐고, 썬더를 연기할 땐 공기 중에 떠 있는 꽃향기 같은 느낌의 향수를 뿌렸다”고 전했다. 이날 인터뷰를 하는 테이블에도 실제 그가 썬더를 연기할 때 쓴 향수가 놓여있었다.

투병으로 인한 공백기는 배우로서도, 인간으로서도 김우빈에겐 변화의 시간이었다. 김우빈은 “예전에 나는 늘 미래를 그리며 살았다”고 토로했다. 잠도 안 자고 대본을 보는 날이 많았다. 드라마를 찍으면서 세 시간을 잘 수 있었다면 2시간은 운동을 했고, 1시간만 잤다.

열심히 살았지만 나중에 돌아보니 아쉬운 것들이 많았다. 그는 “그때도 분명 즐거운 순간들이 있었을 텐데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게 너무 아쉽고 슬프더라”며 “지금은 내 앞에 있는 상대방의 마음에 조금 더 귀를 기울이고, 그런 것들이 연기에도 많이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지금이 행복하다면서 웃는 그의 모습은 편안해 보였다. 그는 “예전엔 나한테 진짜 독했다. 기대에 부응하고 싶어서 나를 가만히 놔두질 않았다”며 “지금은 나를 사랑하려고 하다 보니 남을 사랑할 수 있게 됐다. 지금이 가장 좋다”고 했다.

연기적인 면에선 공백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김우빈은 “치료가 워낙 힘들다 보니 예전처럼 일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됐다. 그럴 때마다 오늘의 내가 즐거워할 수 있는 것을 하려고 했다”고 전했다.

복귀할 때 걱정도 있었다. ‘예전처럼 내 마음대로 연기를 못 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팬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었다. 그는 “현장에 가니까 마치 며칠 전에 (촬영을) 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며 “내가 제일 행복할 때는 여기(촬영장)에 존재할 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우빈은 앞으로도 다양한 장르를 통해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캐릭터들을 선보이고 싶다고 했다.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맡은 정준이란 인물도 그에겐 새로운 시도였다. 김우빈은 “배우가 다른 모습을 보여주면 가끔 대중이 당황스러워하기도 하지만 그런 캐릭터도 반겨줘서 감사했다”고 전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