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자리 잡은 카카오 신사옥 ‘카카오 판교 아지트’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벽면 한쪽과 천장을 가득 채운 대형 디스플레이가 눈에 띄었다. 화면에서는 카카오 프렌즈 캐릭터들이 나와 움직이며 귀여운 모습을 뽐냈다. 천장에 달린 디스플레이에서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꿍꿍이 중’ ‘카카오 아지트’라는 단어가 표기됐다. 카카오와 크루(직원)들을 위한 공간이라는 점을 끊임없이 이야기해주는 것 같았다.
카카오는 지난 4일 지속적인 성장과 그에 따른 안정적인 업무 공간 확보를 위해 신규 오피스 공간인 카카오 판교 아지트의 문을 열었다. 아직 공간 구성이 완료되지 않아 곳곳에서 정비가 이뤄지고 있었지만, 직원들은 판교 아지트 곳곳에서 밝은 표정으로 업무를 하고 있었다. 카카오는 “판교 아지트는 사람들이 자주 어울려 모이는 장소를 의미하면서도 카카오 직원들이 업무를 하는데 활용하는 ‘툴’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사옥이 단순히 일터의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더 나은 모습으로 바꾸는 도구처럼 활용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는 설명이다.
카카오는 판교 아지트의 콘셉트를 ‘연결’(connecting)이라고 설정했다. 판교 아지트는 지하 7층에서 지상 15층, 2개동 규모로 약 6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건물이다. 방대한 공간을 사용하다 보니 자칫 직원들끼리의 소통이 부족할 수 있다. 이에 카카오는 직원 전체가 서로 접촉하며 연결될 수 있도록 공간을 꾸몄다.
4층과 5층 사이에 ‘커넥팅 스텝’이라는 계단을 설치한 것이 대표적이다. 단순히 위층과 아래층을 연결하는 직선형 계단이 아니라 산책길처럼 구불거리는 형태로 계단을 만들었다. 이곳을 오가는 직원들은 서로 동선이 겹칠 수밖에 없다. 서로 얼굴을 확인하고 인사를 건네며 소통할 수 있도록 한 ‘의도적인 불편함’이다. 타운홀 미팅이 가능한 도서관, 옥외 테라스 등도 직원들의 연결을 위한 공간이다.
판교 아지트에는 층마다 녹색 식물들과 넓은 휴식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회사가 일만 하느라 지치는 곳이 아니라, 자연을 즐기고 휴식도 취할 수 있는 곳이길 바라는 가치관이 담겼다고 한다. 실제로 이날 카카오 직원들은 휴식공간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거나 혼자만의 휴식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인테리어 자재를 모두 친환경 자재로 사용해 유해물질도 최소화했다. 친환경 건축물 인증제도(LEED)에서 상위 등급인 골드레벨 인증을 취득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카카오는 직원들의 건강과 복지를 위한 공간을 따로 마련했다. 지하 1층에 100평 규모의 리커버리 센터를 신설했다. 이곳에서는 명상이나 요가, 필라테스 프로그램을 운영해 직원들이 건강을 챙길 수 있다. 또 ‘톡클리닉’이라는 마사지 공간도 마련했다. 의자에 장시간 앉아 있는 직원들의 피로를 풀어주기 위해 30분간 마사지를 받을 수 있다.
다음 주부터는 카카오 사옥에서는 처음으로 구내식당도 운영을 시작할 예정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 공동체 직원들이 ‘판교 물가’ 대신 싼 가격에 양질의 식사를 할 수 있도록 구내식당을 오픈할 예정이다. 식사하기 위해 출근하겠다는 수요도 늘 정도로 직원들의 관심도가 높다”고 말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