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의 신부’ 이현욱 “신선한 소재…절제하는 연기 어려웠다”

입력 2022-07-19 13:56
지난 15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블랙의 신부’에서 각각의 인물들은 상류층 결혼정보업체를 이용해 자신의 원하는 것을 손에 넣으려 한다. 이 욕망의 레이스에서 배우 이현욱이 연기한 이형주는 빗겨나 있다. “여자를 믿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아내의 배신으로 입은 상처와 외로움을 치유해 줄 사랑을 찾는다.

넷플릭스 시리즈 '블랙의 신부'에서 이형주 역을 맡은 배우 이현욱. 넷플릭스 제공

19일 화상으로 만난 이현욱은 “이전에 맡은 역할들이 욕망을 표출하고 센 캐릭터라면 이번에는 절제해야 했다. 어떤 감정을 느꼈을 때 바로 반응하지 않고 절제하는 게 어려웠다”며 “관전하는 느낌의 드라이한 연기를 하면서 에너지를 분배하는 게 전작들과의 차별점이었다”고 말했다.

이현욱은 OCN ‘타인은 지옥이다’, tvN ‘마인’ 등의 드라마에서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대부분 악역이었고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했다. 이번에는 좀 다르다. 재벌이지만 자수성가한 인물이어서 소탈하고 인간적이다. 중학생 아들이 성적을 걱정하는 평범한 아빠다.

그는 “이 타이밍엔 내가 죽어야 할 것 같은데 해피엔딩이 처음이라 어색했다. ‘왜 죽지 않느냐’ ‘왜 착하게 나오느냐’는 시청자 반응이 재미있었다”면서 “감독님께서 부드러운 모습들을 요구하셨고, 저도 일상적인 모습들을 많이 보여드리려고 했다. 작품 속에서 제 웃는 모습이 나오는 경우가 거의 없었는데 이번엔 진심으로 웃는 모습들이 나와 제가 보기에도 신기했다”고 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블랙의 신부'에서 이형주 역을 맡은 배우 이현욱. 넷플릭스 제공

작품에 출연을 결정한 이유에 대해선 “소재가 신선했고 해보지 않았던 역할이었다. 넷플릭스 작품인데 외국 분들에게 새롭게 느껴질 거라 생각했다. 죽지 않는 캐릭터여서 흥미가 있기도 했다”며 웃었다.

‘블랙의 신부’는 현재 넷플릭스 글로벌 TV쇼 부문 8위에 올라 있다. 이현욱은 “앞에 워낙 좋은 작품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에 영향을 받지 않았나 한다. 감사하다”면서 “우리나라 시청자들에겐 이런 소재가 익숙하고 해외 시청자들에겐 신선했던 게 그 이유인 것 같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작품 공개 이후 재밌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진부하다는 평가도 나왔다. 그는 “어떤 작품을 하더라도 평가가 엇갈릴 수 있다. 당연한 것이라 생각한다”며 “개인의 취향, 가치관, 여러가지 생각에 따라 보는 관점이 다를 것이다. 진부한 설정이라고 평하신 분도 봐주신 거니까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상대역인 서혜승 역을 맡은 배우 김희선에게 감사 인사도 전했다. 이현욱은 “선배님이 워낙 톱스타셔서 캐스팅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제가 해도 괜찮다고 하셨나’ 물어봤다. 꿈같았다”면서 “촬영장에서는 분위기 메이커고, 다른 배우들을 배려한다. 그 정도 경력을 가진 선배가 후배들을 배려하는 모습에 놀랐다. 좋은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블랙의 신부'에서 이형주 역을 맡은 배우 이현욱. 넷플릭스 제공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지만 연적이 되는 차석진 역의 박훈과는 연극 무대에서 우정을 쌓았다. 이현욱은 “친한 사이이다보니 드라마에서 티키타카나 애드리브도 자연스럽고 재밌었다”면서 “연극 무대는 제가 부족한 것들이 바로 체감되고 매 순간 살아있는 걸 느낄 수 있다. 반면 카메라는 좀 더 세밀하게 연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욕망을 다룬 드라마의 주인공을 맡은 이현욱은 어떤 욕망을 가지고 있을까. 그는 “연기하는 사람으로서 좋은 작품에 대한 욕망은 끝이 없는 것 같다. 좋은 작품을 만나기 위해 항상 노력한다”면서 “인간 이현욱으로서는 일상의 행복에 대한 욕망이 있지만, 일로써 얻는 게 있으면 잃어버리는 게 있는 것 같다”는 답변을 내놨다.

결혼정보업체를 소재로 하다보니 결혼에 대한 생각을 할 기회도 됐다. 그는 “예전에 결혼정보회사 광고를 촬영한 적이 있어서 설명을 들으면서 조건에 맞춰 하는 결혼을 선호하시는 분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 저는 등급이 하위여서 기분이 안좋았던 기억 있다”면서 “예전엔 결혼이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했지만, 이제는 함께 있을 때 편안하고 이야기가 잘 통하는 사람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