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혁 또 날았다… 韓육상 역사상 첫 세계선수권 銀

입력 2022-07-19 12:29 수정 2022-07-19 14:24
로이터연합뉴스

한국에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은메달리스트가 탄생했다. ‘스마일 점퍼’ 우상혁(26·국군체육부대)이 한국 육상 역사를 새로 쓰며 ‘살아있는 전설’임을 입증했다.

한국 높이뛰기 간판 우상혁은 19일(한국시간) 미국 오리건주 유진의 헤이워드필드에서 열린 2022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자신의 최고기록과 타이인 2m35을 넘으며 은메달을 획득했다. 금메달은 2m37을 넘은 2020 도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무타즈 에사 바심(31·카타르)에게 돌아갔다.

우상혁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역사적인 날이다. 기분이 정말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세계선수권, 올림픽이 남아있다”며 “이제부터 시작이다. 더 노력해 금메달을 따는 ‘더 역사적인 날’을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앞으로의 각오를 새로이 다졌다.

은메달은 한국 선수의 실외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역사상 최고 성적이다. 그동안 한국의 실외 세계선수권대회 메달은 2011년 대구 대회 남자 20㎞ 경보에서 김현섭이 딴 동메달이 유일했다.

1999년 세비야대회 이진택 이후 23년 만에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 진출한 우상혁은 이날 2m19, 2m24, 2m27, 2m30를 모두 1차 시기에 성공시키며 순조롭게 출발했다. 13명이 참가한 결선에서 2m30까지 통과한 선수는 단 5명에 불과했다.

첫 위기는 2m33에서 왔다. 난도가 높아지면서 우상혁의 얼굴에도 다소 긴장이 서렸으나 특유의 미소를 잃지 않고 관중들의 박수를 유도했다. 하지만 1차 시기에 이번 대회 첫 실패를 하자 “오우~”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후 2차 시기에는 상체가 완벽히 넘어갔지만 마지막에 다리가 걸렸다. 성공을 자신했던 우상혁도 두 손을 마주치며 놀란 표정으로 아쉬움을 드러냈다.

탈락 위기에 몰린 우상혁을 3차 시기에 완벽한 점프로 깔끔하게 바를 넘겼다. 우상혁은 권총 세리머니를 하며 포효했다.

다음 2m35는 우상혁이 지난해 열린 2020 도쿄올림픽에서 세운 한국 신기록(실외)과 같은 높이였다. 이번 대회 직전까지 올해 2m35를 넘은 선수가 없었다. 우상혁이 1차 시기에서 바를 넘기는 데 실패하는 사이 유력한 우승후보 바심이 올해 실외경기 최초로 2m35를 넘었다.

전열을 가다듬은 우상혁은 2차 시기에 바를 넘기며 도쿄올림픽에 이어 또 한 번 2m35를 정복했다. 안드리 프로첸코(34·우크라이나), 장마르코 탬베리(30·이탈리아)가 2m35를 넘지 못하면서 우상혁은 최소 은메달을 확보했다.

하지만 현역 최고 점퍼인 바심의 벽에 우승은 잠시 미뤄뒀다. 2m19를 건너뛰고 2m24부터 시도한 바심은 2m37까지 단 한 번의 실패도 없이 성공하는 최상의 컨디션을 보였다. 우상혁은 2m37 1차 시기에서 실패하자 2m39로 바를 높여 승부수를 던졌으나 두 차례 모두 바를 넘지 못하며 최종 은메달이 확정됐다. 바심은 남자 높이뛰기 사상 최초로 세계선수권 3연패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도쿄올림픽에서 24년 만에 2m35의 한국신기록을 작성하며 한국 육상 트랙·필드 올림픽 역대 최고 4위에 오른 우상혁은 올해 더 성장한 기량을 뽐내왔다. 지난 2월 체코 후스토페체에서 열린 세계육상연맹 인도어(실내) 투어 남자 높이뛰기 경기에서는 2m36을 뛰었고, 3월 세계실내육상선수권에서는 2m34로 한국 선수 최초로 우승을 거머쥐었다. 실외 대회에서도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초청된 세계육상연맹 다이아몬드리그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는 2m33을 넘어 우승까지 거머쥐었고, 이번 세계선수권에서도 은메달 쾌거를 이룩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