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그룹(90년대 학번·70년대생)’ 내 친문(친문재인)계를 대표하는 강병원 의원이 “이재명 의원이 당대표가 되면 다음 총선은 필패할 것”이라고 말했다.
8·28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강 의원은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 의원이 당권을 잡으면 중도층 민심이 민주당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강 의원은 이 의원의 ‘사법리스크’를 거론하며 “만약 법적으로 문제가 될만한 것이 나온다면 민주당은 궤멸적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경기도청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거론하며 “큰 정치 지도자가 되려면 자신과 가족 문제는 언제 어디서든 국민 앞에 떳떳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이 의원은 직원의 부당한 행위라고 사과했지만, 그 혜택은 누가 봤느냐”고 반문했다.
강 의원은 이 의원이 자신의 당권 도전을 ‘헌신’이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헌신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종로를 버리고 부산에 내려간 것이 헌신이지,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분당(경기 성남)을 버리고 아무 연고도 없는 인천 계양을에 출마한 사람이 헌신했다고 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재명 의원이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했다.
“최근 1년간 이재명 의원의 정치 행보에 대한 내 예측이 다 틀렸다.
대선 패배 후 보궐선거에 출마하지 않으리라 생각했고, 보궐선거에 나오더라도 분당갑에 나올 줄 알았다.
지방선거 패배 후에는 당대표에 출마하지 않으리라 생각했고, 혹시 출마하더라도 본인의 구상을 일찍 밝힐 것으로 생각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정치를 배웠던 나로서는 이 의원의 지난 1년의 정치 행보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욕망과 야욕이 가득 찬 출마선언이었다.”
-이 의원은 당대표가 돼 패배의 책임을 지겠다고 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60~70%가 그의 당권행을 지지하지만,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절반 이상이 반대하는 것으로 나온다.
이 의원은 자신의 당권 도전이 헌신이라고 얘기하지만, 국민과 민주당 의원 다수의 반대를 무시하는 행보를 어떻게 헌신이라 할 수 있나.
노 전 대통령이 종로를 버리고 부산에 내려간 것이 헌신이지,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분당을 버리고 아무 연고도 없는 인천 계양을에 출마한 사람이 헌신했다고 할 수 있나.”
-결국 이 의원 개인의 욕심이란 말인가.
“민주당이 존폐의 기로에 선 이 시점에 당이 아닌 본인의 정치적 안위를 우선한다는 점에 분노를 느낀다.
계양을 출마도 마찬가지다. 누가 나와도 당선될만한 곳이면 민주당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새로운 사람에게 기회를 줄 수 있지 않았나.
대선 때는 그렇게 정치교체를 외치더니 결국 방탄조끼를 얻으려 스스로 정치교체를 막은 셈이다. 이걸 어떻게 헌신이라고 말할 수 있나.”
-이 의원이 당대표가 되면 다음 총선은 질 것이라고 보나.
“필패할 것이라고 본다.
윤석열정부가 벌써 인사 참사와 비선 논란, 사적 채용 등으로 지지율이 폭락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민주당이 대안세력으로 국민에게 인정받을 좋은 기회다.
하지만 이 의원이 당권을 잡으면 중도층 민심이 민주당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사법리스크가 눈사태처럼 밀려올 것이라고 했다. 무슨 의미인가.
“지지율이 떨어지니 윤석열정부가 북풍과 사정 카드를 쓰고 있지 않나.
만약 법적으로 문제가 될만한 것이 나오면 민주당은 궤멸적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그리고 윤석열정부는 반드시 그 카드를 쓸 것이다.”
-사법리스크가 실재한다는 뜻인가.
“이 의원이 ‘몇 년을 탈탈 털었는데 아무것도 나오지 않은 부당한 정치탄압’이라고 말하는 것에 일정 부분 동의한다.
하지만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은 이 의원도 ‘철저히 감사해서 진상을 밝혀달라’면서 사과하지 않았나. 이 문제는 부당한 정치보복이라 할 수 없지 않나.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어떻게 물러났나. 정치자금으로 기름 넣고 임대하던 차량 수리해 구입했다가 중앙선거관리원회가 고발하니 책임지고 사퇴한 것 아닌가.”
-법인카드 문제는 이 의원과 직접적 연관이 없지 않나.
“그런 논리라면 민주당은 어떻게 김건희 여사를 탓하나. 심지어 결혼 전 일까지 가지고 비난하지 않았나.
이 의원은 직원의 부당 행위라며 사과했지만, 그 혜택은 누가 본 것인가. 부인의 문제라며 딱 선을 그을 수 있는 문제인가.
큰 정치 지도자가 되고자 한다면 자신과 가족에 대한 문제는 언제, 어디서나 국민 앞에 떳떳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래야 정치 지도자로서 도덕적 권위가 생기고, 그의 말이 국민 속에서 힘이 실리지 않겠나.”
-이 의원이 ‘공천권 포기 선언’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이 의원이 출마선언문에 ‘공천 학살’은 없을 것이라고 적었는데, 그러니 더 의심스럽다.
이 의원이 당대표가 되면 그의 출마에 반대했던 의원들은 총선이 다가올수록 입을 다물어야 할 것이다. 이런 식으로 공천을 앞두고 줄 세우기와 ‘강압에 의한 억지 통합’이 벌어질 것이다.
이런 불합리한 공천을 막기 위해 나는 공천관리위원회 구성 권한을 400여명의 중앙위원에게 맡기자고 한 것이다.
공천 학살을 안 하겠다면서 그 의지를 우리 당 구성원들에게 보여달라는 요구를 왜 못 받나.”
-이 의원이 대권 도전을 위해 ‘사천’을 할 것이란 의미인가.
“그렇다. 당장 이번 전당대회 룰만 봐도 스스로에게 유리한 룰로 만들지 않았나.
당심과 민심의 괴리를 극복하기 위해 국민여론조사를 넣자고 하더니, 결국 민주당 지지층만 투표에 참여하게 만들어 당심만 더 강화하지 않았나.”
-강병원 의원은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을 꺾을 수 있나.
“나는 2016년 총선에서 MB(이명박 전 대통령)의 2인자이자, 5선을 했던 이재오 의원과 대결했다. 끝내 내가 이겨 파란을 일으켰다.
이번 전당대회를 준비하며 지역에 가보니 정말 많은 사람이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에 책임이 있는 사람, 도덕적인 면에서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어버린 사람이 또 나오면 민주당이 어떻게 수권정당이 될 수 있겠냐’고 말한다.
이들의 마음에 부합하는 사람, 승리의 경험이 있는 사람이 바로 강병원이라고 확신한다.”
-설훈 의원과 표가 분산될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설훈 의원께서 97그룹(90년대 학번·70년대생)과 이재명 의원의 대결의 장을 만들어주셨다면 훨씬 좋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이 의원 출마의 부당함을 더 명확하게 짚어주겠다는 설 의원의 역할도 분명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조건에서도 제가 가진 가치와 비전을 제시해 승리하는 것이 당대표 선거에 나온 제 몫이라고 생각한다.”
-강병원 의원이 이끄는 민주당은 어떤 모습일까.
“2020년 민주당은 임대차 3법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당시 우리는 임차인의 권리를 강화하는 것에만 중심을 두고, 임대인의 사유재산권 침해는 고려하지 않았다.
결국 정권을 빼앗겼고, 윤석열정부가 들어선 이후 임대인을 위한 상생임대인 제도를 내놨다. 왜 우리는 2020년에 상생임대인 제도를 함께 통과시키지 못했을까 후회된다. ‘검찰정상화법’ 처리 과정도 마찬가지다.
우리만 옳고, 우리만 선하다고 여기는 이분법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가 옳기 때문에 과정이 조금 불공정하면 어떻냐’는 오만과 독선의 낡은 세계관에서 벗어날 것이다.”
최승욱 김승연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