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모빌리티 직원과 소통 나선 카카오…기존 입장 되풀이에 ‘싸늘’

입력 2022-07-18 18:00
카카오모빌리티 사옥 모습. 뉴시스

카카오 경영진들이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논란과 관련해 카카오모빌리티 직원 달래기에 직접 나섰다. 하지만 카카오모빌리티 직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면서 “간담회를 개최한 이유를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카카오 측은 향후 카카오모빌리티 직원들과의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카카오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CAC)는 18일 오후 약 1시간30분 동안 카카오모빌리티 전 직원이 참여하는 온라인 방식의 간담회를 진행했다. 지난달 14일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매각 추진 사실이 알려진 이후 카카오 공동체가 직접 소통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남궁훈·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불참했다. 대신 김성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배재현 카카오 최고투자책임자(CIO),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가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모빌리티 업계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이슈가 불거진 지 한 달여 만에 카카오 측이 소통에 나서면서 어떤 새로운 메시지를 던질지 관심을 집중했다.

이날 모두발언에 나선 김 의장은 “메신저 회사인 카카오가 택시, 대리, 주차를 하냐는 외부의 공격이 많은 상황이다. 카카오 입장에서 경영권을 놓는다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지만 카카오모빌리티 성장을 위해선 불가피한 조치“라고 매각 배경을 설명했다. 배재현 CIO는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이 아직 구체적으로 진행되지 않았다. 지분인수 의향을 가진 당사자와 정보교류를 하고 있으며 다음 달엔 구체적으로 진행 여부를 알려 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사모펀드로의 매각을 진행하려는 이유에 대한 직원들의 질문에 대해 배 CIO는 “지난 국정감사 이후 카카오모빌리티 사명에서 카카오를 제외하는 방안, 계열사에서 분리에 대한 검토도 했었다. 카카오라는 메신저 플랫폼에서 독과점적 지위를 가진 회사가 택시, 대리 사업을 이어나가는 것에 대한 외부의 따가운 시선이 있다 보니 지분조정이 불가피했다”고 답했다.

카카오모빌리티 직원들은 매각 이후 인력 감축 등의 부정적인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도 표했다. 이에 배 CIO는 “홈플러스의 사례를 주로 보시는데, 재무적 투자자 입장에선 수익을 증대화시키는 사업도 있지만 기업 가치를 증대시켜야 하는 사업도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기업 가치를 증대시켜야 하는 데에 인수당사자와 공감을 형성하고 있기에 인력 감축에 대해선 걱정하는 건 노파심이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런 발언들은 기존 언론 보도 등을 통해서 알려진 내용과 크게 달라지 않았다. 배 CIO는 그동안 “카카오는 주주구성 변화로 2대 주주로 한발 물러서서 카카오모빌리티 독립을 응원하고,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라는 울타리를 넘어서 더 큰 혁신과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구조를 고민해 보고 있다”며 매각 배경을 설명해왔다.

이런 탓에 카카오모빌리티 직원들 사이에서는 “간담회를 왜 했는지 모르겠다” “새로운 내용이 없다” 식으로 불만이 터져나왔다. 특히 매각 이후 카카오모빌리티 직원들에 대한 보상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지 자세한 설명을 요구했지만 시원찮은 답이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류 대표는 “(적절한) 보상을 하겠다”는 원론적인 말만 되풀이했다고 한다. 카카오모빌리티 한 관계자는 “매각 논의 과정에서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까지 모두 사들이는 것인지 불확실하다 보니 경영진이 말하는 적절한 보상을 믿지 못하고 직원들의 불안감이 크다”고 전했다.

서승욱 카카오 노조 지회장은 “오늘 간담회로 문제를 확실히 알게 되었다. 카카오는 진단을 잘못하고 있다. 카카오라서 사업이 마녀사냥 당한 게 아니고, 경영진이 플랫폼으로서 책임감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대주주를 바꾸는 게 문제의 핵심이 아니고 사업의 사회적 공존과 성장에 대해 논의해야 할 때”라고 비판했다.

반면 카카오 측은 “지분 변동 계획은 (여전히) 결정된 바 없으며, 카카오모빌리티의 성장과 사회적 책임을 감안해 결정할 것이라는 검토 방향을 직접 설명하고 직원들의 질문을 직접 경청하고 답변을 나누는 자리를 가졌다.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많은 직원이 공감할 수 있는 결정을 함께 만들어 가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카카오 측은 카카오모빌리티가 향후 5년간 매년 100억원을 상생에 쏟겠다는 ‘상생안’은 매각 이슈와 상관없이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진행 중인 카카오모빌리티의 사회적 책임 강화 프로젝트는 지분 변동과 관계없이 지속해서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