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기술로 개발 중인 4.5세대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가 19일 최초 비행에 나선다. 시험비행에 성공하면 한국은 세계 8번째 초음속 전투기 개발 국가로 기록된다.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 선언 이후 20여년 만에 결실을 보게 되는 것이다.
18일 군 소식통에 따르면 KF-21 시제 1호기의 첫 개발시험비행이 19일로 예정됐다. 지상활주와 기체점검 등 비행을 위한 준비는 모두 마친 상태지만, 공군 제3훈련비행단이 있는 경남 사천기지 인근의 기상 조건에 따라 일정이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기상청은 19일 사천기지 상공 날씨가 양호할 것으로 예보했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모든 조건이 가장 최적인 상태에서 첫 비행을 할 계획”이라며 “다만 구체적인 비행 일자는 기상이 급변할 수 있어 공개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고, 다양한 변수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당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사청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에 따르면 첫 비행에선 초음속까지 속도를 내지 않고 경비행기 속도인 시속 약 400㎞로 30~40분간 날면서 기본적인 기체 성능을 점검할 예정이다.
아울러 KF-21 시제 1호기는 유럽산 공대공 미사일 ‘미티어(METEOR)’ 4발을 장착한 채 첫 비행에 나선다. 유럽 6개국(영국·독일·이탈리아·프랑스·스페인·스웨덴)이 개발에 참여한 이 미사일은 속도 마하 4.5에 사거리가 200㎞ 이상이며, 파편 폭발형 탄두를 장착해 살상력이 뛰어나다. 아시아에선 한국이 최초로 운용하는 무기다.
방사청은 첫 시험비행인 만큼 비공개로 진행하되, 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친다면 비행 영상 등을 언론을 통해 공개할 방침이다.
방사청은 앞으로 4년 동안 약 2000차례 시험비행을 하면서 비행 성능과 조종 특성 등을 검증할 예정이다. 추가 시험비행에선 고도와 속도를 점차 늘려가고, 미사일 등 각종 장비를 탑재한 상태에서 고속 기동과 급선회 기동이 정상적으로 이뤄지는지 등을 점검하게 된다.
KF-21을 낳은 KF-X 사업은 2001년 8월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2015년까지 국산 전투기를 개발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사실상 시작됐다. 공군이 장기 운용 중인 노후 전투기를 대체하고, 공군의 기반 전력으로 활용할 전투기를 개발한다는 구상이었다.
방사청은 사업 타당성 분석 등을 거쳐 2015년 12월 KAI와 체계개발 본계약을 체결하고 이듬해 1월 체계개발에 착수했다. 체계개발은 무기체계를 설계하고 시제품을 생산해 시험평가까지 거치는 단계다. 연구·개발 비용으로만 8조8000억원이 투입돼 ‘단군 이래 최대 규모 무기개발 사업’으로 불린다.
이번 시험비행에 성공하면 본계약 체결 기준으로 6년7개월, KF-X 사업 선언 이후 21년4개월 만에 초음속 전투기 개발의 성과를 거두게 된다. 당국은 2026년까지 체계개발을 완료하고 양산화 단계에 진입할 계획이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