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블랙의 신부’에서 주인공 서혜승 역을 맡은 배우 김희선이 18일 국내 언론과 화상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이번 드라마는 김희선의 첫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작품이다.
‘블랙의 신부’는 사랑이 아닌 조건을 거래하는 상류층 결혼정보회사 렉스를 배경으로 복수와 욕망의 스캔들을 파격적으로 그렸다. 김희선이 연기한 서혜승은 남편을 죽음으로 내몰고 자신과 딸의 인생까지 망가뜨린 여자 진유희(정유진)에게 복수하기 위해 상류층의 결혼 비즈니스에 뛰어든다.
김희선은 작품을 선택하게 된 배경에 대해 “세계적인 OTT인 넷플릭스에서 한국에만 있는 결혼정보업체라는 소재를 보여준다는 게 신선했고, 도전해보고 싶었다”며 “조건 속에서 사랑을 찾는다는 게 해외 시청자들에게 신선하면서도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자극적일 수 있는 소재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각자 자신의 욕망을 위해 달려가는 캐릭터들 속에서 서혜승은 오히려 순수하고 지고지순한 인물이다. 복수할 기회가 있어도 즉흥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 김희선은 “제가 봐도 답답한 면이 있었다. 진유희의 부정을 폭로할 기회가 수없이 있었는데 하지 않더라”며 “전쟁에서 한 번에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어쩌면 때를 기다리는 것인데, 서혜승은 그걸 기다린 것 같다. 지켜야 할 아이가 있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도 마음 내키는대로 선뜻 나서지 못하는 부분은 현실과도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어 “시청자들이 답답해하는 부분도 있지만 ‘고구마가 있어야 사이다가 더 힘이 있지 않나’ 생각도 했다. 서혜승이 어떻게 복수할지 궁금증을 자아내기 위한 부분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후배들과 함께하는 촬영 현장이 정말 즐거웠다고 그는 돌이켰다. 상대역을 맡은 배우 이현욱, 박훈과의 호흡도 좋았다. 김희선은 “두 배우 모두 겸손하고 연기를 잘 한다. ‘선배가 저희랑 멜로를 하신다고 해서 거짓말인 줄 알았다’고 말하더라. 이런 후배들과 같이 작업하게 돼서 인복이 많다고 생각했다”며 “박훈 배우는 본인 촬영이 없는데 제 마지막 촬영 날 파주까지 선물을 사들고 와서 A4용지에 빼곡이 쓴 편지를 주고 갔다. 감동 받아 집에 돌아가는 내내 울었다”고 말했다.
김희선은 현장에서 후배들이 잘 따르기로 유명하다. 그는 “제가 다가가도 후배들이 받아주지 않았는다면 다가갈 시도를 다시 하지 못할 것”이라며 “제가 농담 한마디 건네도 잘 받아주고, 안 웃겨도 웃어주고 그러다가 제가 용기내서 또 한 마디 건네는 식”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작품은 현재 국내 시리즈 2위, 글로벌 TV쇼 부문 8위에 올라 있다. 김희선은 “공개된 지 얼마 안 돼서 아직 실감이 안 난다”며 “여러 나라의 해외 팬들에게서 선물이 많이 왔다.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하루에 만 명씩 늘어 곧 100만명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최근 해외 시청자들에게 김희선의 매력을 본격적으로 어필한 건 올 봄 방영한 MBC 드라마 ‘내일’이다. 그는 “자살을 알리는 저승사자라는 캐릭터가 해외 분들에게 새로웠던 것 같다”며 “해외 팬의 인기가 그 때부터 체감됐다. 그때 인스타에서 체감이 됐다. 저만의 유쾌함과 솔직함을 좋게 봐 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희선은 데뷔한 지 30년이 돼 간다. 다양한 역할을 맡아왔지만 그를 대표하는 수식어는 여전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미인이다. 그는 “예전보다 현장 여건이 좋아져서 배우들과 기분 좋게, 편안하게 작업할 수 있었다. 다양한 연기를 하겠지만 앞으로도 ‘예쁜 배우’로 불리고 싶은 마음은 당연한 것”이라며 웃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