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재활용 어디까지… 재생 포장백 개발 원림 가보니

입력 2022-07-17 16:31 수정 2022-07-17 20:17
원림 양산공장 관계자가 PCR-PE 펠릿을 들어보이고 있다. 롯데케미칼 제공

지난해 7월 롯데케미칼은 국내 업계 최초로 PCR(Post-Consumer Recycled·소비자 사용 후 재활용) 소재를 적용한 재생 폴리에틸렌(PCR-PE) 포장백을 자체 개발해 상용화했다. ‘친환경’에 맞춘 자원선순환 체계를 구축한 것이다.

PCR-PE를 상용화한 지 1년된 지난 7일에 롯데케미칼과 함께 제품 개발에 참여했던 원림 양산공장을 찾았다. 산업용 포장재 전문기업 원림은 롯데케미칼로부터 PCR-PE 원료를 공급받아 포장백을 만든다. 원림 관계자는 “PCR-PE 포장백 개발 후 생산량을 늘려가고 있다. 아직 시장 초기지만 PCR 제품 관련 문의도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3대의 압출기가 PCR-PE 포장백을 생산하고 있었다. 원림은 독일 ‘윈드밀러’의 제품을 썼는데, 설비 높이가 16m나 됐다. 일반 압출기(6~12m)보다 높은 건 필름 생산 시 발생하는 내열을 제거하기 위해 긴 굴뚝을 설치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버블 내 뜨거운 열기가 굴뚝을 거쳐 밖으로 나가 평활한 필름을 만들 수 있다.

잘게 잘린 형형색색의 PCR-PE 펠릿은 호스로 압출기에 공급되고, 필름 압출-인쇄-제대(성형)를 거쳐 포장백이 만들어진다. 최종 검수 및 포장 전에 둥글게 말아서 보관하는데, 약간 푸른빛이 돌았다. 원림 관계자는 “PCR-PE로는 퓨어(버진) 원료로 만든 것처럼 완전 하얗게 만들긴 어렵다. 푸른빛이 돌긴 하지만, 품질은 기존 포장백과 동일하다”고 말했다.

원림이 PCR 제품에 관심을 가진 건 3년 전 세계 최대 플라스틱 및 고무산업 박람회인 ‘케이 쇼(K-Show)’에 다녀오면서다. ESG 경영 확대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던 원림은 기존의 PE 백을 대체할 재생 소재 포장백 시장의 확대 가능성을 주시했다. 신성엽 원림 대표는 “이미 유럽은 친환경이 트렌드였다. PCR 원료로 제품을 생산하고 있더라. 한국도 곧 이게 트렌드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원림 양산 공장 내부 전경. 높이 16m에 달하는 윈드밀러 압출기가 보인다. 롯데케미칼 제공

1대뿐이던 윈드밀러 설비를 3대로 늘린 것도 이 때문이다. 윈드밀러 설비는 ‘3-레이어’를 사용한다. PCR 원료만으로는 포장백을 만들기 어렵다. 퓨어 원료와 함께 넣어야 하는데, 원림은 3-레이어의 중층에 PCR 원료를 넣으면 될 것으로 생각했다.

때마침 롯데케미칼이 PCR-PE로 포장백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해 곧바로 ‘레시피’ 개발에 들어갔다. 쉽지 않았다. PCR 원료를 써도 품질을 유지해야 했다. 재생 원료 사용에 따른 물성 저하 정도를 예측할 수가 없었다. 수십 번의 레시피 변경·협의를 거쳤고, 실시간 물성 확인을 위해 끊임없이 테스트했다. 최종 레시피가 나오기까지 8개월이 걸렸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기존 PE백은 합성수지 제품 포장재로 널리 활용돼 왔는데, 사용 후엔 일반쓰레기로 버려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레시피 개발로 ‘폐 포장백 회수-원료로 재활용-포장백 제조’로 이어지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 PCR-PE 포장백은 약 30%의 PCR-PE를 함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림 양산공장 관계자들이 PCR-PE로 만든 포장백을 들고 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다. 롯데케미칼 제공

롯데케미칼은 현재 여수 4공장에서 출하하는 25㎏ 폴리머 제품에 PCR-PE 포장백을 도입하고 있다. 올해 안에 여수·대산 공장 25㎏ 제품 전량에 적용할 계획이다. 원림 역시 이를 위해 양산공장에 PCR-PE 포장백 포함 연 8000톤 규모의 친환경 포장재 양산 체계를 구축 완료했다. 향후 생산 규모를 연 2만톤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