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뭉갠 회사 과태료 부과 기록 없다는 정부

입력 2022-07-17 12:01
국민일보DB

정부가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받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회사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한 기록은 별도로 집계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갑질119가 강은미 정의당 의원실을 통해 고용노동부에 확인한 결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벌칙조항이 시행된 지난해 10월 14일부터 지난 5월 31일까지 ‘조치 의무 위반’으로 신고된 건수는 총 884건이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과태료를 부과했는지 여부는 확인할 수 없었다. 고용노동부가 위반 사항별 과태료 부과 건수를 따로 집계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시행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벌칙조항은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받은 회사 중 지체 없이 조사를 진행하지 않거나, 피해자 보호 조치를 실시하지 않는 경우, 또 가해자를 징계하지 않으며 사건 처리 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이 누설된 경우 각각에 대해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게 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그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위반으로 과태료를 부과한 경우가 총 55건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중 몇 건이 조치 의무 위반 건수인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고용노동부는 ‘55건의 과태료 부과 건수 중 대부분이 괴롭힘 자체에 대한 과태료 부과였다’고 설명했다”며 “이는 사실상 조치 의무 위반 사건에 대해선 극소수만 과태료를 부과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2019년 7월 16일부터 지난 5월 31일까지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당했다는 신고는 1360건에 달했다. 그러나 이 중 검찰에 송치된 경우는 274건(20.1%)에 불과했다. 신고 후 보복을 당한 직장인이 노동청에 신고해도 10명 중 8명은 검찰에 넘겨지지 않은 것이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이유로 보복을 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했음에도 회사가 이를 방치하거나, 오히려 보복을 당했음에도 정부가 법대로 처벌하지 않는다면 직장 내 괴롭힘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며 “가해자에 대한 처벌조항을 강화해 헌법이 보장한 인간의 존엄성이 보장되는 일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안명진 기자 a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