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깨진 맥주 2,000여 병으로 춘천시 사거리가 아수라장이 된 사고가 있었습니다. 5t 트럭이 좌회전하다 중심을 잃는 바람에 실려있던 맥주가 도로에 쏟아진 건데요.
도로는 산산이 조각난 맥주병과 맥주 거품으로 가득했지만 불과 30여 분만에 시민 10여 명의 도움으로 깨끗해졌습니다. 당시 상황을 담은 CCTV 영상이 온라인에서 화제입니다. 추가 사고와 인명피해를 막은 시민을 칭찬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사고 발생 후 망연자실한 트럭 기사가 터덜터덜 걸어 나와 수습에 나섰습니다. 이때, 시민들이 기사 곁에 하나둘씩 다가왔습니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다가와 흩어진 상자를 모으고, 빗자루로 병 조각을 치웠습니다.
비가 내렸지만, 우산도 쓰지 않고 기사를 도왔습니다. 도움을 준 시민들은 도로가 깔끔해지자 홀연히 사라졌습니다. 이들 덕에 잠깐의 차량 정체도 없었다고 합니다.
사건 발생 약 보름 후, 해당 영상이 크게 화제 되자 맥주 회사가 도움을 준 시민 찾기에 나섰습니다. “진짜 마음의 힘을 보여주신 이름 모를 분들을 찾아뵙고”싶다며 기업이 감사 인사를 전하겠다는 겁니다. 누리꾼들은 댓글에 “억대 cf보다 이런 게 진짜 마케팅이지”, “이런 분들로 따뜻한 대한민국" 등을 적으며 호응했습니다.
과연 춘천의 시민 영웅을 찾을 수 있을까요? 기업의 게시물로 해당 사고를 낸 기사의 근황도 전해졌습니다. 해고나 징계는 없었으며 사고는 보험 처리됐다고 하는군요.
4월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서울 강서구에서 좌회전하는 1t 트럭이 균형을 잃어 생수병이 든 상자 수십 개가 길에 나동그라진 것인데요. 그때 역시 시민들이 트럭 기사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습니다.
앞서 대구에서도 시민들이 화물차에서 도로로 쏟아진 벽돌 더미를 함께 치워 사고 없이 잘 마무리된 사고가 있었죠. 화물이 떨어지지 않도록 덮개를 씌우거나 묶는 등 필요한 조치가 의무적으로 지켜져야 하겠습니다.
글·그림=이유민 인턴기자
아살세툰은 국민일보의 따뜻한 기사인 '아직 살만한 세상'을 글과 그림으로 담는 일요일 연재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