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차상위가정이지만”…세아이 아빠의 기부 [아살세]

입력 2022-07-16 09:08
익명의 기부자가 보낸 기부 물품. 부산 북구 제공

넘치게 풍요롭지 않아도 나눌 수 있습니다. 타인을 긍휼히 여기는 따뜻한 마음만 있다면요. 내가 쓸 것을 아껴 가며 정성스럽게 기부 물품을 마련한, 바로 이 가장처럼 말이죠.

“안녕하세요. 세 아이의 아빠입니다. 첫째 아이가 장애 3급인 저희는 차상위 가정입니다.”

편지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16일 부산 북구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북구 덕천지구대 앞에 익명의 남성이 종이 박스를 두고 갔습니다. 박스 안에 이 편지가 들어 있었죠.

박스에 든 건 편지만이 아니었습니다. 기저귀 등 각종 유아용품이 가지런히 담겼습니다.

세 아이를 둔 차상위 가정의 가장이라는 이 남성은 편지에서 “지금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힘들고 우리나라도 너무나 어려운 실정이다. 전쟁으로 물가는 계속 오르고 기름도 천정부지로 오르고 밖에서 뭐라도 사먹으려면 겁부터 난다”고 운을 뗐습니다.

익명의 기부자가 보낸 편지. 부산 북구 제공

그는 “주위에 어렵게 사시는 분들한테 관심을 기울여 달라. 작은 것이지만 어려운 분들한테 꼭 전달이 되었으면 좋겠다. (특히) 아기 있는 가정에 전달됐으면 한다”고 적었습니다.

그러면서 “많이 필요하겠지만 그만큼 못 드려 죄송합니다”라고 했습니다. 편지 말미에는 “우리 모두 빨리 일상으로 돌아갑시다. 대한민국 파이팅”이라는 응원의 말을 덧붙였고요.

덕천지구대는 기부받은 물품을 덕천2동 행정복지센터에 전달했습니다. 센터는 아기가 있는 가정을 선별해 기부품을 후원할 예정이라고 해요. 누군가에게 커다란 희망으로 전해질 테지요.

덕천2동 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후원 물품은 기부자의 뜻을 살려 소중히 전달하겠다”며 “어려운 시기인데도 이웃에게 관심을 가지고 마음을 나눠주는 분이 있어 세상이 따뜻해질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