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꽃’ 노회종이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로 돌아온다. 2020년 터키 슈퍼매시브 e스포츠에서의 활동을 끝으로 헤드셋을 벗은 듯했던 그는 약 1년 반 만에 다시 프로 무대를 밟게 됐다. 2승7패(-10), 최악의 성적으로 서머 시즌 1라운드를 마친 농심 레드포스에 그는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까.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소재의 농심 연습실에서 노회종을 만났다.
-오랜만에 프로 무대로 돌아온다. 왜 복귀를 결심했나.
“박수 칠 때 떠나고 싶었는데, LCK에서의 마무리가 좋지 못했다. 현역 입대 때문에 프로게이머로 활동할 수 있는 건 앞으로 길어야 2~3년이다. 팬분들의 기억에 ‘좋은 선수’로 남고 싶어 복귀를 결심했다. 마음 한켠에는 늘 다시 프로게이머로 활동하고 싶단 생각이 있었다. 솔로 랭크 점수도 끌어 올리고, 꾸준히 e스포츠 대회도 시청했다.”
-2020년 슈퍼매시브에서 나온 뒤 대외 활동이 뜸했다.
“슈퍼매시브에서 마지막으로 프로 생활을 했고, 이후로는 푹 쉬었다. 솔로 랭크 점수를 올려놓고 쉬기를 반복했다. 사실 2021년에도 프로 생활을 지속할 여러 옵션이 있었는데, 한 해외팀과의 계약이 붕 떠버리면서 반강제로 휴식을 취하게 됐다.”
-복귀를 앞두고 조언을 구한 업계 관계자가 있나.
“‘프레이’ (김)종인이 형한테만 물어봤다. 종인이 형도 2019년 휴식을 취하다가 KT 롤스터로 복귀했던 경험이 있다. 나보다 휴식 기간이 짧았지만 비슷한 경험이라 생각해 자문을 구했다. 종인이 형은 내가 조금 더 준비됐을 때 복귀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조언하더라. 그게 마음가짐이든, 실력이든. 그래서 복귀를 놓고 조금 고민하기도 했다.”
-프로 수준의 게임을 하는 건 오랜만일 텐데, 노 선수가 가진 기량을 전부 발휘할 준비가 된 상탠가.
“1년 반의 공백 기간이 있었고, 1라운드도 아닌 2라운드부터 투입되는 것이다 보니 100% 준비된 상태라고 말하긴 어렵다. 그래도 짧은 기간 동안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을 준비는 됐다. 개인 기량도 기량이지만, 그보다는 농심이란 팀에 얼마나 빨리 녹아들 수 있는가에 중점을 두고 있다.”
-올해 농심의 경기를 보면서 어떤 인상을 받았나.
“팀이 하나가 아니란 느낌을 받았다. ‘리그 오브 레전드(LoL)’란 게임은 다섯 명의 선수가 각자 볼 수 있는 그림이 다르다. 다섯 명이 적어도 같은 그림을 볼 수는 있어야 한다. 내 역할은 팀원들이 동일한 그림을 볼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최종적으로 팀은 하나의 그림을 향해 전진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쉽지는 않을 것이다. 선수마다 각자 게임을 풀어나가는 방식이 다르다. 특히 농심은 전부 베테랑들이다. 각자 이겨온 방식이 다르다. 그러나 한 가지 그림을 볼 수 있게 된다면 지금보다 훨씬 강해질 것이다.”
-노 선수의 프로 커리어 초창기 소속팀이었던 아나키도 선수들의 개성이 강했다.
“아나키는 선수들의 개성이 너무 강했다. 프로답지 못한 면도 많았다. 지금과는 많이 달랐다. 한 팀에 속한 프로게이머들은 항상 이견을 조율하는 과정을 거친다. 사람마다 하고 싶은 게 다르고, 옳은 플레이와 잘못된 플레이에 대한 판단도 다르다. 이것들은 선수와 코치가 함께 조율해서 맞춰나가야 한다. 농심도 그런 과정을 잘 거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노 선수에게 LoL이란 게임은 어떤 의미인가.
“내게 LoL은 청춘이다. 내 20대를 다 바친 게임이다. LoL이 한국 서비스를 시작했던 중학교 2학년 때 이 게임을 시작했는데, 어느덧 26살이 됐다. 내 젊음을 모두 쏟아부은 게임이다. 마지막이란 각오로 농심에서 내가 가진 모든 걸 불태워보겠다.”
-농심 팬들에게 메시지를 전한다면.
“프로게이머로 활동하지 않은 지 오래됐다 보니 팬들께서 염려하시는 부분이 무엇인지 안다. 내게 보내주시는 걱정, 기대, 응원, 관심 등에 전부 부응할 수 있도록 갖고 있는 모든 것을 보여드리겠다. 플레이오프 진출을 현실적인 목표로 설정하고 도전하겠다.”
-인터뷰를 통해 고마움을 전하고 싶은 이가 있다면.
“내 복귀를 함께 고민해준 종인이 형에게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 내가 다시 LoL이란 게임을 열심히 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것, 그래서 내게 복귀 기회를 열어준 것도 결국 종인이 형이다. 나를 여기까지 이끌어준 종인이 형에게 고맙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