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법무법인 한바다의 신입 변호사입니다. 영우는 ‘똑똑 똑’ 노크하고 손가락으로 숫자를 센 뒤 다른 사람의 방으로 들어갑니다. 다소 엉뚱할 수 있지만, 자폐가 있는 영우만의 루틴이자 사회와의 소통 방식입니다.
누구 하나 먼저 장애인에게 다가가려 하지 않는 한국 사회에서 영우는 우리에게 먼저 다가왔습니다. 이제 우리가 영우 같은 장애인들에게 먼저 다가가 보려고 합니다. 그전에 우리 한 번 다 같이 생각해보고 ‘똑똑’ 노크한 뒤 다가가는 건 어떨까요? 이번 주 ‘똑똑’(똑바로 거꾸로 봐도 똑같은 사람입니다)의 키워드는 ‘다양성’입니다.
[이 기사는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우영우를 좋아한다. 사실입니까?”
요즘 화제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5화의 한 장면입니다. 우영우 변호사는 참참참 게임을 하면서 송무팀 직원 이준호에게 이같이 질문합니다. 준호는 부끄러워서인지 말을 돌리죠.
이 질문 이번엔 제가 해보려 합니다. “우영우를 좋아한다. 사실입니까?”
네, 사실입니다. 우리는 영우앓이를 하고 있습니다. 시청률 10% 돌파(닐슨코리아 6화 수도권 기준), 넷플릭스 비영어권 드라마 순위 1위 등이 이를 입증하죠.
우리가 영우앓이에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주연 박은빈을 비롯한 배우들의 명연기, 탄탄한 각본, 고증이 잘 돼 있는 법정 신 등 이유는 다양합니다. 그중에서도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켰다는 점이 가장 큰 인기 요소인데요.
지난달 초 장애 아이를 둔 어머니들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한 어머니가 미디어에서 장애인을 어떻게 보여주냐에 따라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라진다고 설명해주셨습니다. 대부분 미디어에서 ‘장애는 부정적인 것’ ‘극복해야 하는 것’ ‘장애인은 시혜적 존재’로 다루다 보니, 장애인에 대한 편견만 강조된다는 말씀이었죠.
이 드라마는 ‘이상할’ 만큼 달랐습니다. 부정적인 측면만을 강조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마냥 해피엔딩으로 극을 전개하지도 않습니다. 우리 사회의 차별적 시선을 따끔하게, 때로는 재치있게 지적해주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장애가 있는 주인공을 불쌍한 존재나 시혜 대상으로만 그리지 않고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함께 성장해 가는 주체적 인물로 그려냅니다. 이 때문에 멀고 낯설게만 느꼈던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하나둘 깨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좋아하는 영우는 드라마 속 캐릭터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 자폐인 부모들 사이에서는 드라마 설정이 판타지라는 얘기가 나옵니다. 이들은 “드라마를 본 사람들이 (자폐인이) 영우 정도는 돼야 사회에 나올 수 있다고 오해한다”고 우려합니다.
극 중 영우는 자폐를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천재성도 있는 인물입니다. 영우와 같이 특정 분야에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자폐인은 실제론 매우 극소수입니다.
우리 사회가 자폐인들이 모두 드라마 속 영우와 같을 것으로 착각해 오히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또 비장애인들이 영우와 다른 모습의 자폐인을 받아주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죠.
혹시 드라마에서 영우 외에도 다른 자폐인이 인물로 등장했던 것을 기억하시나요? 3화에 나온 김정훈입니다. 형을 죽였다는 오해와 장애에 대한 편견으로 인해 재판에 넘겨진 인물인데요. 그는 영우와 달리 의사소통에 꽤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같은 자폐인이니 영우는 조금 쉽게 소통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이들에게 영우는 말합니다. 영우 또한 정훈 같은 자폐인을 만나본 적이 없다고요. 그러면서 자폐의 정식 명칭 ‘자폐 스펙트럼 증후군’을 말하지요. 자폐인들도 각자 다양한 특성이 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극 중 인물들은 영우와 정훈을 자폐인으로 취급하고 장애인이라 무시할 뿐, 그들의 다양성에 주목하지 않습니다. 큰 덩치에, 자주 반복하는 상동을 보며 사람들은 정훈과 거리를 뒀습니다.
영우만 달랐습니다. 의뢰인에게 모욕 섞인 말을 들어가면서도 펭수 노래를 부르는 등 정훈과 어떻게 소통해야 할지 계속 노력하죠. 영우의 노력 끝에 정훈은 결국 마음을 열고 사실을 말합니다.
살인범으로 몰렸던 정훈은 알고 보니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형을 막고자 했던 착한 동생이었습니다. 편견에 갇혀있던 극 중 인물들은 인간 정훈이 아니라 장애를 보고 그의 행동이 살인이었을 것이라 유추했을 뿐이었습니다.
“지금도 수백 명의 사람이 ‘의대생이 죽고 자폐인이 살면 국가적 손실’이란 글에 ‘좋아요’를 누릅니다. 그게 우리가 짊어진 이 장애의 무게입니다.” 영우는 장애를 바라보는 차별적인 사회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현실도 드라마 속과 다른 게 없습니다. 지금 뉴스를 검색하면 비슷한 내용의 댓글, 쉽게 찾아보실 수 있을 겁니다. 작가를 비롯한 제작진이 보여주고 싶은 건 어쩌면 장애라는 말만 나오면 벌써 선을 긋는 우리 사회 현실일지도 모릅니다.
드라마에서는 자폐인을 장애인으로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조금 다른 다양한 사회 구성원 중 한 명으로 봐달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또 그들을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 우리가 먼저 그들에게 다가서야 한다는 사실도요.
“우영우를 좋아합니까?”
영우앓이를 하면서 장애에 대한 편견이 깨지고 있지만, 아직도 수많은 편견이 우리 사회 곳곳에 있습니다. 편견을 깨는 시작은 다양성을 이해하고, 먼저 다가가는 태도입니다.
느릴 수도, 서투를 수도 있습니다. 다만 영우앓이를 하셨다면 한 번쯤은 그 편견에 대해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또 어떻게 하면 그들에게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는지 고민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오늘의 똑똑, 여러분은 어떻게 보셨나요? 동의하는 댓글도 반론도 좋습니다. 서로의 생각을 공유함으로써 장애인과 한 걸음 더 가까워지고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제가 던진 질문 말고 드라마를 보며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할 장면이나 대사가 있으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단, 고래 이야기는 금지입니다. (??? : 만약 고래 이야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 그럼 해야죠)
다만 특정 대상을 향한 비하와 혐오 표현은 절대 금지입니다. 만약 적발 시, 법무법인 한바다의 우영우 변호사 선임할 예정입니다. 여러분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려주세요.
이찬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