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5일 ‘이석준 사건’ 수사 중 경기도 수원시 공무원이 유출한 것으로 확인한 개인정보 1100건을 뒤늦게 수원시에 제공했다. 지난 6개월간 정보 제공을 미뤄왔던 검찰이 국민일보가 이 문제를 보도(살인 악용된 개인정보 유출, 반년 넘게 통보도 안돼)한 지 얼마 안돼 입장을 바꾼 것이다. 반년 넘게 자신의 개인정보가 공무원에 의해 어디에 유출됐는지도 모른 채 지내온 이들에게 피해 사실을 알려줄 길이 드디어 열렸다.
서울동부지검 관계자는 이날 “법규가 미비해서 검토하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며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들의 피해 방지를 위해 적극 검토해서 오늘 오후 수원시에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구체적인 특정 조문에 따라 공문을 보낸 것은 아니다”라며 “피해 방지를 위해 적극적으로 해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원시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따르면 서울동부지검은 지난달 나온 1심 판결 이전에는 수사 중인 사건이라는 이유로, 판결 이후에는 관계 법령이 없다는 이유로 유출된 개인정보를 수원시에 제공하지 않았다.
수원시는 지난 1월 서울동부지검에 유출 개인정보 제공을 요청했으나 당시 서울동부지검은 수사 중인 사건이라는 이유로 정보 제공을 거부했다. 서울동부지검은 또 지난달 1심 판결이 나온 후에도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이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정부 기관 간에도 개인정보 공유는 어렵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을 들어 수원시에 정보를 알려주지 않았다.
검찰의 이 같은 방침에 수원시 역시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본보 취재가 시작되자 지난 12일 뒤늦게 개인정보보호법 제18조 2항 5호(개인정보위에 심의·의결을 신청해 판단 받는 방법)에 따라 개인정보위에 관련 심의·의결을 신청했다. 다만 검찰이 개인정보위의 심의·의결이 이뤄지기 전에 수원시에 정보를 제공함에 따라 향후 절차가 어떻게 진행될 지는 지켜봐야 한다.
수원시는 이날 검찰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았다고 밝혔다. 서울동부지검은 지난 1월 7일 수원시가 유출 개인정보 제공을 요청했던 것을 근거로 “사건이 종결됨에 따라, 개인정보보호법 제34조 개인정보 유출 통지와 관련하여 제공 내역을 송부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제34조에 따르면 개인정보처리자는 개인정보가 유출됐음을 알게 되면 지체없이(해설집에 따르면 5일 이내) 해당 정보 주체, 즉 피해자에게 구제 절차와 함께 유출 통지를 해야할 의무가 있다. 이 사건에서는 수원시가 개인정보처리자에 해당한다.
수원시 공무원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은 지난해 12월 신변보호를 받고 있던 여성 A씨의 집에 이석준이 침입해 흉기로 A씨의 어머니를 살해하고 동생에게 중상을 입히면서 드러났다. 당시 이석준은 흥신소에 50만원을 주고 A씨의 집 주소 정보를 확보했는데 이를 수원시 공무원이 유출한 사실이 확인됐다. 해당 공무원은 A씨 정보 외에 1100건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혐의로 지난 5월 1심 재판에서 징역 5년과 벌금 8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수원시와 개인정보위, 서울동부지검의 상급기관인 대검찰청에 이와 관련한 민원을 제기한 법무법인 미션은 한양대학교 리걸클리닉과 함께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들을 대리해 공익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들은 피해자들과 함께 국가를 상대로 개인정보유출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방침이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