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15일 문재인정부의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탈북어민 북송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로부터 출국금지 조치를 당한 것에 대해 “검찰의 보여주기식 뒷북치기는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 정부에서도 계속된다”고 비판했다.
박 전 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검찰이 계속 코미디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저의 출국금지 소식을 기자들 전화로 알았다”며 “국정원이 고발하고 검찰이 압수수색했다면 출국금지는 정해진 수순 아닌가”라고 했다.
박 전 원장은 “저는 해외여행 일정이 없고, 고발됐다면 나갈 생각도 하지 않는다”라며 “당신들이 생각하는 만큼 저 박지원은 비겁하지도 않고 겁쟁이도 아니다. 본건과 관련해서 고발 사실을 알고 출국한 문재인정부 인사는 한 사람도 없다”고 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희동)와 공공수사3부(부장검사 이준범)는 이날 사건 관련자로 지목된 박 전 국정원장, 서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국내에 있는 박 전 원장은 1개월간 출국이 제한된다. 출입국관리법에 따르면 법무부 장관은 범죄 수사를 위해 출국이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사람에 대해 1개월 이내 기간 출국을 금지할 수 있다. 기간은 검찰 요청에 따라 연장될 수 있다. 미국 싱크탱크의 초청으로 현지에 머물고 있는 서 전 원장은 입국 시 그 사실이 검찰에 자동 통보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이들은 국정원이 지난 6일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탈북어민 북송 사건’과 관련해 고발하면서 검찰 수사 선상에 올랐다. 박 전 원장은 2020년 9월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 씨가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피살됐을 때 첩보 관련 보고서 등을 무단 삭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정원은 박 전 원장이 청와대 지침을 받고 내부 보고서 삭제를 지시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첩보를 토대로 작성된 보고서에는 이씨가 자진월북한 게 아니라 표류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원장은 최근 CBS 라디오 방송에서 이같은 의혹에 “제가 (첩보를) 삭제하더라도 국정원 메인 서버에는 남는다. 왜 그런 바보짓을 하겠느냐”며 결백을 주장했다. 그는 “국정원의 경우 PC를 사용하면 바로 서버로 연결이 된다. 삭제를 해봤자 ‘눈 가리고 아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서 전 원장은 2019년 11월 북한 선원 2명이 동료 16명을 살해하고 탈북해 귀순 의사를 밝혔으나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추방한 사건과 관련해 합동 조사를 강제 조기 종료시킨 혐의로 고발됐다. 통상 보름 또는 1개월 이상 걸리는 탈북민 합동 조사를 단 3∼4일 만에 마무리하라고 부당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국정원에서 확보한 자료 분석과 관련자 조사 등 기초 사실관계 확인을 마치는 대로 두 사람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