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교정시설 과밀 수용’에 “국가 배상 책임 인정”

입력 2022-07-15 17:28
대법원 모습. 뉴시스

1인당 수용면적 2㎡ 미만인 교정시설에 수용자를 수감하는 건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한 위법 행위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과밀 수용 문제에 대한 국가 배상 책임이 인정된 첫 대법원 판결이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A씨(51)와 B씨(68)가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5일 밝혔다.

A씨는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지난 2008년 2월부터 9월까지 부산구치소에 수감됐었다. B씨는 지난 2008년 6월부터 2011년 7월까지 부산구치소와 포항교도소에 수용됐다. 두 사람은 좁은 수용시설에 수감돼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며 국가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1심은 이들의 청구를 기각했지만, 2심은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2심 재판부는 교도소와 구치소의 1인당 최소 수용 면적을 2㎡로 보고, 이보다 좁은 공간에 수용된 기간만큼 국가가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A씨는 1인당 수용 면적이 2㎡ 이하인 공간에서 186일을, B씨는 323일을 지낸 것으로 조사됐다.

대법원도 국가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일시적인 수용률 폭증으로 부득이하게 짧은 기간 동안 과밀수용이 이뤄진 게 아니라면 과밀수용을 위법한 행위로 볼 수 있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1인당 수용면적이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욕구에 따른 일상생활조차 어렵게 할 만큼 협소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용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같은 날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도 2017∼2018년 서울남부구치소에 수감됐던 C씨(55) 사건에서 동일한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 관계자는 “과밀 수용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위법한 행위이므로 국가배상책임이 성립될 수 있다는 점을 밝힌 최초의 대법원 판결”이라고 의의를 밝혔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