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 뚫린 환율에 高금리, 高물가까지…경기침체 우려 증폭

입력 2022-07-15 16:59 수정 2022-07-15 17:46
中 성장률 쇼크까지


한국 경제가 고물가, 고금리에 이어 고환율까지 ‘삼중고’ 먹구름 아래 놓였다. 원·달러 환율은 13년 만에 1320원 선을 돌파했다.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의 2분기(4~6월) 경제성장률이 0.4%에 그치면서 수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미국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추가 금리 인상까지 예고하면서 글로벌 경기 침체가 심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업과 가계 모두 움츠러들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15일 원·달러 환율은 1326원대까지 치솟으며 또다시 연고점을 경신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14.0원 오른 1326.1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은 장중 1326.7원을 찍기도 했다. 환율이 1320원을 돌파한 건 2009년 4월 30일 이후 13년 2개월 만이다. 달러화 강세는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이 9.1%를 기록하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대폭 인상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 데 따른 결과다. 미국의 긴축 기조가 계속되면 환율이 1370원까지 치솟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환율이 급등하면 우선 수입 비용이 오를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미 지난달 수입물가지수는 154.84(2015년 수준이 100)로 1년 전보다 33.6% 올랐다. 고환율은 수출 기업에는 유리할 수 있지만, 수출 사정마저 녹록지 않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4%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코로나19 사태로 강력한 봉쇄 조치가 취해진 2020년 1분기를 제외하면 역대 최저치다. 상하이를 비롯한 경제 중심지에 대한 고강도 봉쇄 조치 영향으로 풀이된다. 중국의 성장률이 당초 주요 투자기관의 예상치(1.0% 안팎)의 절반에도 못 미치면서 중국 수출 비중이 큰 한국의 수출 실적 악화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수출 타격에, 수입비용 증가가 겹치면 무역수지 적자도 커지고 기업의 투자도 위축된다.

미 연준이 오는 26~2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하면서 지난 13일 ‘빅 스텝(한꺼번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한국은행도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미 간 금리가 역전되면 외화자금 유출로 환율이 더 치솟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양국 간 금리는 0.5~0.75% 포인트 차이다. 금리가 오르면 빚을 낸 자영업자나 ‘영끌족’ 등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져 소비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말 1860조원까지 치솟은 가계부채는 한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용산 집무실 출근길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에서 “금융 리스크는 비금융 실물 분야보다 확산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며 “완전히 부실화돼서 정부가 뒷수습하기보다는 선제적으로 적극 조치하는 것이 긴요한 일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이상헌 백재연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