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당권 도전’ 선언 국회 정문 앞에서 한 이유

입력 2022-07-15 14:50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기 당대표 경선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당 대표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눈길을 끈 건 국회 정문 앞을 택한 기자회견 장소다. 당초 출마 회견 장소는 국회 분수대 앞이었지만 국회에 출입하지 못해 경외인 정문 앞으로 장소를 변경했다. 회견 장소가 당내 의원들과의 불편한 관계를 방증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빈 전 대통령비서실 디지털소통센터 행정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박 전 위원장의 회견과 관련한 뒷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박 전 위원장이 당대표 출마 회견을 하는 순간 알아챘다. 국회의원이 예약해야 하는 국회 소통관을 못 쓴다는 것”이라고 적었다.

국회 규정상 경내 기자회견을 하려면 의원이 동행해야 한다. 이 때문에 보통 외부인사는 의원에게 요청해 국회 소통관을 대여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박 전 위원장은 민주당 의원들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게 김 전 행정관의 설명이다.

김 전 행정관은 “이유는 역시나 우리 당 의원들이 예약요청을 모두 거절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당과 소통 없이 그렇게 독선적으로 행동했으니 당연한 결과”라며 “선배들이 연락할 때는 정작 받지 않고, 당대표 출마를 위해 필요할 때만 의원 선배들에게 연락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박 전 위원장을 겨냥해 “염치도, 일말의 양심도 없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처음엔 (박 전 위원장이) 잘 되기를 기대했고 응원했다. 또 우리 당 선배들과 좀 더 소통했더라면 소중한 자산으로 클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면서도 “지금은 실망을 넘어 의심스럽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측근이라고 하는 사람이 박 전 위원장의 창당 가능성을 흘렸다. 진정한 측근이라면 박 전 위원장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그런 발언은 기자들에게 전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기 당대표 경선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김 전 행정관은 박 전 위원장에게 “아직 젊다. 박 전 위원장의 인생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주변의 검은 세력과 결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당 지도부를 향해서는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혼탁케 하고 있다”며 “박 전 위원장의 언론 플레이로 포털과 언론이 도배돼 우리 당이 정작 해야 할 일을 가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우리 비대위가 (박 전 위원장에게) 더이상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 박 전 위원장과 명확하고 선명하게, 조속히 선을 그으라”고 촉구했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기 당대표 경선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박 전 위원장은 이날 오전 9시30분 국회 정문 앞 노상에서 “저는 오늘 민주당을 다양한 목소리를 더 잘 들을 줄 아는 열린 정당, 민생을 더 잘 챙기고, 닥쳐올 위기를 더 잘 해결할 유능한 정당으로 바꾸기 위해 당 대표 출마를 결심했다는 것을 국민 여러분께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출마 선언과 별개로 박 전 위원장은 권리당원 자격이 없어 8·28 전당대회 출마가 불가능하다. 앞서 당 지도부는 박 전 위원장의 전대 출마 자격을 논의한 결과 예외를 허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