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중곡동 주부 살인 사건’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국가 배상 책임이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중곡동 주부 살인 사건 피해자 A씨의 남편과 자녀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고 14일 밝혔다.
살인범 서진환(53)은 2012년 8월 서울 광진구 중곡동 A씨 집에 몰래 들어가 A씨를 성폭행하려다 반항하자 흉기로 살해했다. 범행 당시 서진환은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부착한 상태였다. 그는 2004년 또 다른 피해자를 흉기로 위협해 성폭행하고 돈을 빼앗은 혐의로 징역 7년을 확정받고 2011년 8월 출소한 상태였다.
유족은 정부가 서진환의 범행을 막지 못했다며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서진환은 A씨 살해 13일 전 또 다른 성폭행을 저지른 사실이 드러났다. 유족 측은 경찰이 범행 장소에 전자발찌 부착자가 있었는지만 확인했다면 서진환을 빠르게 검거해 추가 범행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1·2심은 유족의 청구를 기각했다. 1심은 경찰관과 보호관찰관의 직무 수행이 서진환의 범행과 인과관계가 없다고 봤다. 2심은 경찰의 수사와 교정당국의 전자발찌 피부착자 관리가 미흡했지만 ‘법령 위반’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유족에 대한 국가의 배상 책임이 일부 인정된다며 1·2심 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경찰관이 합리적인 방법으로 수사하지 않고, 보호관찰관이 전자장치 피부착자 재범을 막기 위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직무상 의무 위반”이라고 판시했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