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오는 8·28 전당대회 출마 소식이 전해지자 먼저 출마를 선언한 당내 ‘비명(비이재명)계’ 97그룹(90년대 학번·70년대생) 주자들이 ‘책임론’을 부각하며 견제구를 던졌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14일 오전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의원을 작심 비판했다. 그는 “‘졌잘싸’(졌지만 잘 싸워)란 미명 아래 연전연패한 장수가 또다시 민주당에 패배 기운의 싹을 틔우고 있다”며 “방탄용 출마와 사법 리스크란 말이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치 보복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현 정권에 약점을 잡히지 않아야 한다. 결연히 싸워나갈 수 있는 민주당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며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이라는 절망적 체념으로 드리운 민주당의 위기는 민주당의 가치와 시대 정신의 위기다. 어대명이라는 막다른 골목과 안방 대세론의 절망적 체념에서 벗어나 민주당의 희망을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박 의원은 “계파 없는 박용진은 이재명과 협력하고, 문재인 전 대통령의 성과를 계승하겠다. 모두의 당 대표가 되겠다”며 ‘친문(친문재인)계’와 친명계를 아우르는 통합을 약속했다.
‘친문’으로 분류되는 강병원 의원도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뒤 여러 차례 이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그는 이날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의원을 겨냥해 “대선에서 패배하고 지방선거를 진두지휘했던 분이 다시 나온다면 신선함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성찰의 시간을 갖고 통합과 혁신의 리더십을 열어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오는 17~18일 당 대표와 최고위원 후보 등록을 받는다. 당 대표의 경우 중앙위원회 투표 70%·국민 여론조사 30% 예비경선(컷오프)을 진행한다. 오는 28일 본 경선에서 경쟁을 치를 3명의 후보가 결정된다.
비명계는 본경선에서 남은 2명의 후보가 단일화를 이뤄 이 의원과 일대일 구도로 정면 승부를 펼치는 구도를 구상하고 있다. 컷오프 이후 단일화를 통해 반(反)이재명 전선의 결집력을 최대로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강 의원은 이날 “우선 본선에 오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컷오프가 되면 97세대의 단일화를 추진하겠다”고 제안했다.
박 의원은 전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단일화에 대한 제 마음은 확 열려 있다. 대이변이 만들어질 수 있는 형식, 가치 중심의 변화를 이끌 단일화를 제가 이끌어나갈 생각”이라며 “컷오프 이후에는 단일화가 자연스럽게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