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진, 배달 음식으로 20㎏ 찌우면서 기획” ‘제로섬게임’ 고동완 PD

입력 2022-07-14 16:54

‘찌지도, 빠지지도 말고 몸무게를 유지하라’는 미션을 수행하면 상금을 받을 수 있다. 티빙 오리지널 예능 ‘제로섬게임’은 처음으로 몸무게를 건 서바이벌 심리 게임을 보여주고 있다. 몸무게가 찌거나 빠지면 100g당 100만원의 상금이 차감된다. 몸무게만이 문제가 아니다. 10명의 참가자가 투표로 정하는 탈락자로 지목되지 않기 위해서 치열한 심리전도 치러야 한다.

참가자들은 3시간마다 몸무게를 잰다. 다만 자신들이 유지해야 하는 기준 몸무게는 얼마고, 매시간 잰 몸무게는 어떻게 변화했는지 본인들은 알지 못한다. 물론 타인도 모른다. 10명의 몸무게 총합만 공개된다. 몸무게를 유지한 ‘유지어터’는 300만원의 상금이나 추가 투표권을 얻을 수 있다. 소수점 1단위까지 기준 몸무게와 같아야 한다.

연출을 맡은 고동완 PD는 14일 기자들과 화상으로 만나 ‘제로섬게임’의 미션과 규칙을 만들기 위해 여러 차례 시뮬레이션을 거쳤다고 밝혔다. 첫 회 때, 10명의 참가자는 추가 상금을 받기 위해 최대 한도로 몸무게를 찌웠다. 기본 상금 1억원에 몸무게가 찐 만큼 상금이 추가됐다. 이 미션을 준비하면서 제작진도 두 차례 시뮬레이션을 했다. 고 PD는 “제작진도 음식을 많이 시켜서 많이 먹고 빼봤는데 두 번 다 최대 20㎏을 못 넘겼다”며 “시뮬레이션을 했던 만큼 (참가자들도) 쪘던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 참가자들은 2시간만에 총 17㎏을 찌워 화제가 됐다.

제작진은 전반적인 룰을 점검하기 위해 일반인 10명을 모집해 1박2일 시뮬레이션도 했다. 고 PD는 “(그때) 지금 10명이 하고 있는 캐릭터들이 자연스럽게 나오더라. 먹는 거 좋아하는 사람, 개인 욕심을 차리는 사람, 뒤에서 정치질하는 사람이 있었다. 실제로 유지어터가 되면 투표권을 선택할지, 개인 상금을 받을지도 (실제와) 똑같이 해보고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 고PD는 “전체의 이익을 위하다 보면 개인이 희생해야 하는데, 그 사이에서 갈등하는 심리를 보여주고 싶었다”고도 전했다. 이런 기획 의도는 게임의 장치에서도 드러난다. 몸무게 변화가 전혀 없는 ‘유지어터’가 되면 300만원의 상금을 받을지, 탈락자를 정할 추가 투표권을 받을지 결정하게 된다. 300만원의 상금을 받으면 전체 멤버가 받을 수 있는 상금에서 차감된다. 반면 추가 투표권을 얻으면 자신과 뜻을 같이하는 팀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고 PD는 ‘워크맨’, ‘네고왕’ 등 히트작으로 이름을 알렸다. 그는 “사람들이 몰입할 수 있는 시리즈물 예능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제로섬게임’의 첫 기획은 지난해 12월부터 진행됐다. 처음에는 소재만 찜질방으로 정했다. 리얼리티 데이팅 프로그램을 할지도 고민했다. 그러다가 심리 게임을 하되, 그동안 하지 않았던 소재를 쓰기로 했다. 고 PD는 “처음엔 유튜브 콘텐츠로 20분짜리 영상을 10개 정도 만들려고 하다가 티빙과 일할 기회를 잡았다”며 “기획만 6개월이 걸렸다”고 회상했다.

아울러 그는 ‘제로섬게임’을 통해 체중 관리를 하려는 사람들에게 정보도 주고 싶었다고 했다. 고 PD는 “어떤 음식을 먹으면 얼마큼 찌는지, 찜질 사우나를 하면 몸무게는 얼마나 빠지는지 등 다이어트 정보도 얻을 수 있도록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출연진의 건강도 챙기면서 촬영에 임했다. 현장에는 의료진이 배치돼 하루 2회씩(6시간 간격) 출연자들의 건강 상태를 점검했다.

고 PD는 “콘텐츠 기획에서 우선순위는 항상 새로움이다”며 “‘어떻게 이런 걸 생각하지’하는 반응을 볼 때 희열을 느낀다”고 밝혔다. 그는 “몸무게를 소재로 하면 보통 사람들은 감량이나 증량을 생각하니까 우리는 그 생각을 바꿔보려 했다”고 덧붙였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