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와 CJ ENM이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과 시즌을 합병한다. 미디어·콘텐츠 분야 협업으로 미디어 생태계를 선도하겠다는 포석이다. 티빙과 시즌의 합병으로 국내 OTT 시장 최대 사업자가 탄생한다.
KT스튜디오지니와 티빙은 14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티빙·시즌의 합병을 의결했다. 티빙이 시즌 운영사 케이티시즌을 흡수하는 방식이다.
케이티시즌의 100% 지분을 보유한 KT스튜디오지니는 합병 법인의 지분을 취득해 3대 주주 지위를 확보할 예정이다. CJ ENM은 KT스튜디오지니에 1000억원 규모의 지분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3월 콘텐츠 사업 협력을 위해 양사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티빙·지니 초이스’ 상품을 선보인 데 이어 세번째 협력이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월간 활성화사용자(MAU) 1위는 1117만명인 넷플릭스다. 국내 OTT 중에서는 SK텔레콤이 지상파 3사와 연합해 만든 웨이브가 423만명으로 가장 많다. 이어 티빙 401만명, 시즌 157만명이다. 티빙과 시즌 합병으로 이용자 수는 단순 합산 기준 약 560만명으로 뛰어오른다. 국내 OTT 중에서는 가장 많은 이용자를 확보한 OTT 지위를 단숨에 얻는 것이다.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OTT의 국내 시장 진출로 국내 OTT 업체들의 경쟁력이 약화되자 업체간 통합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돼 왔다. 이 중 티빙과 시즌이 합병할 경우 가장 큰 시너지를 발휘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합병에 따라 KT는 시즌 대신 티빙 앱을 KT 통신을 이용하는 스마트폰에 기본적으로 탑재(선탑재)할 수 있다. 이는 티빙의 전체 구독자 수를 늘리는 효과를 낸다. 양사는 마케팅비를 절감하고 콘텐츠 협력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끌어 올릴 수 있다.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지원할 스튜디오 관계사도 티빙·시즌 합병법인의 강력한 ‘아군’이 될 전망이다. 스튜디오드래곤과 글로벌 스튜디오 엔데버콘텐트, CJ ENM 스튜디오스와 넷플릭스 글로벌 1위를 차지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기획·투자한 KT스튜디오지니까지 4개 스튜디오 기획·제작 지원사격을 받는다.
KT 그룹Transformation부문장 윤경림 사장은 “글로벌 OTT의 각축장이자 핵심 콘텐츠 공급원이 된 국내 미디어∙콘텐츠 시장에서 보다 신속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이번 통합을 결정하게 됐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 최근 선보인 오리지널 콘텐츠가 성공 가도를 달리며 자신감을 얻은 만큼 앞으로 KT그룹은 미디어 밸류체인을 활용한 콘텐츠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며 CJ ENM과 협업해 국내 미디어∙콘텐츠 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양지을 티빙 대표는 “티빙과 케이티시즌의 만남은 최근 글로벌에서 위상이 강화된 K콘텐츠 산업의 발전과 OTT 생태계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결정이다. 양사의 콘텐츠 제작 인프라와 통신 기술력을 통해 국내를 넘어 ‘글로벌 NO.1 K콘텐츠 플랫폼'으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