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지 ‘쵸비’ 정지훈을 상징하는 챔피언은 사일러스다. 조이(42회), 아지르(35회)에 이어 커리어 통산 세 번째(31회)로 많이 선택했고, 그중 가장 높은 승률(74.2%)을 기록 중이다. 올 시즌에도 세 번 꺼내 전승을 거뒀다.
룬과 아이템 빌드, 스킬 트리에 대한 관성(慣性)을 깨는 것을 좋아하는 정지훈은 시그니처 챔피언으로도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가령 내구성 패치 이후엔 ‘도주(E)’나 ‘국왕시해자(W)’가 아닌 ‘사슬 후려치기(Q)’를 선마스터 중이다. 시작 아이템으로 ‘도란의 반지’ 대신 ‘도란의 방패’를 사기도 한다.
지난 13일 리브 샌드박스전 이후 정지훈에게 내구성 패치 이후 사일러스의 해석에 대해 물었다. 정지훈은 “W스킬을 선마스터하는 이유는 오래 싸우기 위함인데, 이 스킬로 회복할 수 있는 체력이 생각만큼 많지 않다”며 “차라리 다른 스킬을 선마스터해 (챔피언을) 다른 방식으로 해석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실 사일러스 유저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건 E스킬이다. 13일 리브 샌드박스전에서 정지훈도 E버튼을 127회로 제일 많이 두들겼다. Q스킬은 76회, W스킬은 36회 썼다. 그러나 그는 Q스킬을 선마스터한다. 정지훈은 라인 클리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라인을 빠르게 밀지 않으면 상대에게 E스킬을 맞히기 어렵다. 라인 클리어에 도움이 되는 Q스킬을 선마스터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정지훈이 관성을 깨는 또 하나의 분야는 능력치 파편이다. 적응형 능력치 +9 파편을 2개 선택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그는 종종 스킬 가속 +8 파편을 1개 선택한다. 정지훈은 “(능력치 파편은)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갈리는 차이”라며 “나에게 맞는 플레이 스타일로 바꾸다 보니 스킬 가속 파편이 더 낫더라”라고 설명했다.
도란의 반지나 ‘부패 물약’이 아닌 도란의 방패 스타트를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중국 ‘LoL 프로 리그(LPL)’에도 이 같은 선택이 자주 나온다며 “사일러스가 예전처럼 자주 나오지 않는 건 챔피언의 중후반 기댓값이 낮아졌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스킬 트리가 바뀌면서 기댓값이 다시 높아졌다”고 밝혔다.
이어 “반지로 부족한 마나를 채우는 것보다 방패로 모자란 체력을 채우는 게 더 낫다. 체력 회복이 힘들면 귀환 타이밍이 앞당겨지기 때문”이라면서 “라인전을 이길 생각이라면 반지를 사겠지만, 나는 방패를 사서 기본 공격 위주로 라인전을 수행하고 성장 타이밍을 앞당기는 게 낫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지난 DRX전에서 ‘선제공격’ 룬을 선택했던 이유도 밝혔다. 그는 “상대에게 먼저 맞아도 0.25초 안에 반격을 가하면 선제공격 효과가 발동된다”면서 “아지르나 코르키같이 즉발적으로 대미지를 입히는 챔피언 상대로는 룬 효과를 발동시키기가 어렵다. 그러나 기본 공격을 섞으며 딜 교환을 하는 챔피언과 대결할 땐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아리와의 매치업을 예로 들며 “아리한테 기본 공격을 맞을 때 나도 같이 때리면 선제공격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룬은 늘 상대 조합을 보고 고르는 것이다. 선제 공격은 추가 골드도 수급할 수 있고, 추가 대미지도 가할 수 있어 상황만 갖춰지면 강력한 룬”이라고 덧붙였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