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과 유가의 역습으로 수출 강국 한국 경제에 빨간 불이 켜지고 있다.
국제 유가 급등으로 수입 물량이 줄었음에도 수입액은 늘었다. 무역 적자 상황에 고환율까지 겹치면서 원화 환산 무역 적자는 더 벌어지는 양상이다. 과거에는 환율이 오르면 수출 기업에는 오히려 호재로 작용했지만, 원재료나 중간재 수입비용이 커지면서 수출 기업의 수익성도 악화하는 등 악순환이 본격화됐다.
1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 전체 물량은 4475만t으로 1년 전(4751만t)보다 5.8% 감소했다. 하지만 지난달 전체 수입액은 602억 달러로 504억 달러였던 지난해 6월보다 19.4% 늘었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원유 등 에너지 가격 급등 영향이 컸다. 지난달 원유 도입 물량은 7250만 배럴로 8020만 배럴이던 1년 전보다 9.6% 줄었다. 그러나 유가가 뛰면서 원유 수입액은 85억36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53.1% 증가했다. 지난달 석탄 수입액은 전년 동월 대비 무려 191.6%나 증가한 28억5200만 달러를 기록했다. 그나마 최근 들어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내려왔지만, 이번에는 환율이 다시 널뛰고 있다.
이달 들어 원·달러 환율이 1300원 선을 돌파하면서 원화 환산 무역수지 적자는 더 커질 조짐을 보인다. 우리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매매기준율 기준 평균 원·달러 환율은 1281.95원으로 지난달 무역수지 적자 24억7200만 달러를 원화로 환산할 경우 약 3조1690억원이 된다. 이 무역수지 적자 폭이 유지된다고 가정하고 14일 기준 평균 원·달러 환율(1304.47원)을 적용해 원화로 환산하면 3조2246억원으로 환율 변화만으로도 무역수지가 556억원 증가한다.
무역협회 산하 국제통상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수입 비용 증가로 국내 수출기업의 채산성(수익성)이 크게 악화한 상황에서 환율 상승까지 겹쳐 수출 제조기업의 원화 환산 수입 비용까지 늘었다”고 분석했다.
이런 무역수지 악화는 중간재 수입 비중이 높은 한국 경제의 구조적 요인이라 당분간 쉽게 회복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제통상연구원은 “한국뿐 아니라 일본, 독일 등 중간재 수입 비중이 높고 제조업 비중이 큰 국가들은 모두 고유가시기에 무역수지가 악화하는 패턴을 반복해왔다”며 “하반기에도 무역적자가 지속하면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무역수지가 적자로 전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