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에 하나님은 아마도. 거대한 물방울 하나를 만드셨겠지. 이 물방울이. 빛에 닿으니 깨어지면서 이렇게 영롱하고 경이롭게 반짝이네 하나님의 갖가지 색깔로.”
시인 최문자가 13일, 전날 공개된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차세대 우주망원경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의 첫 관측 이미지와 분광 자료를 보고 국민일보의 요청으로 쓴 소감이다. 그는 하나님이 태초에 우주를 창조할 시점을 상상했다.
우주망원경을 통해 확보한 컬러 이미지와 분광 자료는 은하단부터 외계 행성에 이르는 5가지 천체 관측 결과다. 나사는 “지금까지 찍은 우주 이미지 중 (우주의) 가장 깊은 곳을 촬영한 것”이라고 했다. 빅뱅 이후 초기 우주의 가장 선명한 적외선 이미지라고 한다.
이의용 교회문화연구소장은 “우주가 이렇게 넓은 줄, 나이가 이렇게 긴 줄 몰랐다. 그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지극히 좁고 지극히 짧은 이 생명을, 영원히 넓고 영원히 긴 세상에 있게 하신 주님을 찬양한다”고 했다.
과학자들은 우주의 나이를 135억년으로 추정한다. 130억년 전 이미지를 포착했다는 것은 5억년 더 다가가면 ‘태초’에도 도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이미지를 본 크리스천들의 반응은 감탄로부터 경외, 불안까지 스펙트럼이 넓었다. 최승언 서울대(천체물리학) 명예교수는 “하나님의 창조세계에 다가서는 인류의 기술에 감탄했다”고 했다.
최 교수는 “하나님이 계시기에 이렇게 아름다운 세계가 있었다. 처음에 물질이 있고 물질이 만유인력으로 천체를 구성하고 그 천체 중 지구 안에서 생명체가 탄생하고 인류가 나온 모든 것 모두 하나님의 섭리 속에서 일어나는 것”이라며 “인간이 있기 때문에 하나님의 우주를 볼 수 있다. 볼 수 있는 우리도 아름답다. 우주를 탐구하는 것은 하나님의 경이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했다.
사진 이미지는 육안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여러 신호를 디지털 필터링으로 증폭한 것이라 한다. 김대수 카이스트(뇌과학) 교수는 “전파망원경은 우리가 볼 수 없는 우주의 희미한 빛을 담아내고 과학자들은 그 데이터로 멋진 이미지를 만든다. 실제 모습은 사진 보다 더 광대하고 아름다울 것이니 놀랍다”며 “마찬가지로 인생의 망원경으로 보는 하나님의 섭리는 늘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크고 아름답다”고 했다.
하나님 편에서도 우리를 본다는 관점도 있었다. 이정모 서울과학관장은 “하늘이 맑아졌다. 우리의 시선이 깊고 분명해졌다. 우리만 그런 게 아닐 게다. 저 너머에서도 우리를 이렇게 환히 드려다볼 게 아닌가. 우리 삶이 더 투명해져야 한다. 하나님의 자녀답게!”라고 소감을 밝혔다. 하나님과 우리의 거리가 더 가까워진 만큼 신자는 하나님 보시기에 더 아름다워야 한다는 묵상이다.
우려하는 이도 있었다. 나희덕 시인은 “우리가 본 천체는 아직도 여전히 이 광활한 우주의 지극히 일부이자 찰라에 불과할 것이다. 인간이 우주를 더 잘 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우리를 오도할 것 같아 조금 두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시 ‘어둠이 아직’을 소개했다.
‘얼마나 다행인가/눈에 보이는 별들이 우주의/아주 작은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은/눈에 보이지 않는 암흑 물질이/별들을 온통 둘러싸고 있다는 것은/우리가 그 어둠을 뜯어보지 못했다는 것은…알 수 없기에 두렵고 달콤한 어둠,/아, 얼마나 다행인가/어둠이 아직 어둠으로 남겨져 있다는 것은.’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